여행/산티아고순례길 돌담소담
출국하기 위해 일찌감치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김포공항은 자주 가 보았지만 인천공항은 외국나갈 일 아니면 갈 일이 없기 때문에 출발 전에 좀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공항전철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함께 한 동행자는 배낭 하나였습니다. 지난번 순례길 때에도 이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전 여정을 소화했었죠. 다시 긴 여정을 함께 하게 된 배낭을 지하철의 짐 싣는 칸에 올려두니 이제 간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이번에 파리까지 함께 할 항공사는 샤먼항공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비용의 항공권을 선택하다보니 이런 항공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중국의 저가항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들도 있지만 그 외의 작은 규모의 항공사들도 많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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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두번째로 가게 된 이번 순례길 여정은 준비부터 갑작스러움이 많았는데요. 이전에 갈 때도 항공권 예매를 여유있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2주 전에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2일 전에 비행기 티켓팅 했습니다. 사실 티켓팅 하기 전까지 망설임이 좀 있었는데요. 순례길을 가고는 싶은데 여러 이유로 주저함이 있었던 것이었죠. 그러다 비행기 편을 알아보다가 괜찮은 가격대의 항공권이 나왔는데 좀 더 알아본다고 시간을 보내다가 그만 그것을 놓쳐버렸습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면서 진짜 가려면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 싶었고, 차선의 항공권을 선택하여 바로 티켓팅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출국 2일 전 일이었습니다. 막상 티켓팅을 하고 나니 내가 떠날 준비가 많이 안 되어 있다..
일찌감치 새벽에 일어나 피스테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간밤에 밑에 자던 아줌마가 코를 심하게 골아대서 다른 방으로 옮겨 잠을 잤다. 덕분에 나갈 준비할 때는 소리나는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나가기 전 일출을 보려고 테라스로 올라갔는데, 해가 막 뜨려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금방 떠오를 것 같지는 않아 걸어가면서 보기로 했다. 숙소를 나와 바닷가를 옆에 두고 걷기 시작했다. 묵시아와 피스테라 구간이 사실상 배낭을 매고 긴 길을 걷는 마지막이기도 했고 그 사이를 걸으면서 어떤 풍경들을 보게 될지 기대가 됐다. 가면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일출은 가는 쪽이 해가 뜨는 방향으로 트여 있지 않고 높은 언덕이 가리고 있어서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일출도 피스테라에서 보는 걸로 그 아쉬움을 채우기로 했다. ..
전날밤까지 산티아고 이후 일정을 정하지 못하다가 새벽에서야 묵시아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급하게 결정한 것에 비해 묵시아행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촉박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순례길에서 몇번 마주쳤던 한국인 아줌마였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역시 여기는 가는 곳이 다들 비슷해서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녀는 곧 한국으로 가기 때문에 하루동안 묵시아와 피스테라를 다 보고 산티아고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탔고,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걷지 않고 목적지로 이동하게 됐다. 편하게 앉아 느긋하게 산티아고 시내를 구경하며 빠져나갔는데 걸을 때와는 또다른 시점으로 구경할 수 ..
산티아고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일찌감치 일어나 할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전 8시. 머물고 있는 숙소가 11시까지 체크아웃을 하면 되서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야하는 게 아니라서 천천히 여유를 즐기다 근처 마트에 가서 아침을 사와 숙소에서 먹고 나왔다. 먼저 가본 곳은 대성당. 어제와 달리 맑고 쾌청한 날씨 속에 대성당을 보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른 시간이라 대성당 주위는 한가했다. 그 한가로움을 즐기며 주변을 잠시 서성거렸다. 공사 중인 대성당의 모습이 조금은 아쉬움을 줬지만 파아란 하늘 아래 보이는 웅장한 자태에 감탄을 숨길 수는 없었다. 사진이 곧 예술이 되는 마법! 자유로이 돌아다니기에 배낭이 짐이 될 것 같아 머무르던 숙소에 맡..
산티아고로 가는 날이 밝았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산티아고를 앞두고 들뜬 기색들이 역력했다. 산티아고까지 가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순례길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남달랐다. 마을을 나와 처음 마주친 것은 숲길이였다. 눈 앞에 보이는 숲은 캄캄했다. 아침부터 안개가 끼어서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빛이 들어올 공간이 별로 없어 보였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듯 했다. 중간중간 숲이 갈라지는 구간에서도 짙은 안개로 인해 눈 앞의 거리만 볼 수 있었다. 주변의 풍경을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안개에 휩싸인 숲의 모습이 신비롭기도 하고 나름의 운치를 즐길 수 있었다..
긴 하루였다. 오늘보다 더 걸은 적도 있었지만 보통 길을 잘못 들거나 착오에 의한 것이었는데, 오늘은 계획대로 간 거여서 걸은 만큼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리고 이번 길은 숲의 연속이었다. 마을도 많았지만 숲길이 가장 기억에 남고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이 계속 이어져 목이 뒤로 넘어갈 듯 본 시간도 많았다. 멜리데에서 까미노로 나가는 길은 느낌이 좋았다. 출구에서 바로 숲길로 이어지는데, 그게 끝까지 이어질 줄이야... 막 마을을 빠져나갈 때 앞에 가는 순례자가 있었다. 천천히 걷던 그는 숲에서 뭔가를 유심히 보는 것인지 이따금 멈추기도 하고 그랬다. 나 역시 숲의 느낌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어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주 마주치게 되고 동선이 겹치는 게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도..
곤사르에서 출발할 때 전날처럼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퍼트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자기 속도로 걷게 된다. 아침에 오랜만에 안개가 끼지 않아 시야확보가 됐지만 날이 흐렸고,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초반에 오르막들이 있었는데 올라가면서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나중엔 우의를 입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안개도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전형적인 갈라시아 날씨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비도 맞을만 하다가 계속 내려서 어느 마을에 잠깐 들러 우의를 챙겨 입었다. 그렇게 다시 출발을 해서 리곤데라는 곳을 지나고, 그 다음 마을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들어간 식당 이름은 리곤데. 마을 이름이랑은 달랐지만 리곤데가 근처에 있어서 그렇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