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하기 위해 일찌감치 인천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김포공항은 자주 가 보았지만 인천공항은 외국나갈 일 아니면 갈 일이 없기 때문에 출발 전에 좀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공항전철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함께 한 동행자는 배낭 하나였습니다. 지난번 순례길 때에도 이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전 여정을 소화했었죠. 다시 긴 여정을 함께 하게 된 배낭을 지하철의 짐 싣는 칸에 올려두니 이제 간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산티아고-순례길에-함께 하는-배낭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함께 하는 배낭

 

이번에 파리까지 함께 할 항공사는 샤먼항공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저렴한 비용의 항공권을 선택하다보니 이런 항공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중국의 저가항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들도 있지만 그 외의 작은 규모의 항공사들도 많이 있는데요. 생소할 수 있지만 공항 내로 들어가면 다양한 항공사들의 체크인 카운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체크인-카운터에-자리잡고-있는-항공사들

 

타고 갈 샤먼항공의 체크인 카운터를 찾아 가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금 당황스러움을 느끼며 샤먼 항공사에 문의를 해보니 출발 3시간 전부터 체크인 카운터가 열린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너무 일찍 와서 사람이 없었던 거였죠.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다 시간 맞추어 체크인을 하고 탑승권을 받았습니다. 보통의 국제선 저가항공권들이 그렇듯 여기 항공사도 직항이 아니라 한곳을 경유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천에서 샤먼까지 간 후 그곳에서 대기를 하고 환승을 하여 파리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체크인을 두 번 하게 됩니다. 인천공항에서 샤먼까지 갈 때 한번, 그리고 샤먼에서 파리까지 갈 때 한번 이렇게 말이죠. 체크인하고 탑승수속 밟는 절차가 시간이 걸리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이번 여정에서의 포인트(?)는 긴 환승대기 시간이었습니다. 무려 8시간을 샤먼 공항에서 대기를 해야 했죠.

 

저렴한 항공권의 댓가라고 할까요. 비행기 값이 좀 싸다 싶으면 이렇게 환승대기 시간이 긴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거라면 돌아올 때는 대기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탑승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올랐고, 곧 비행기는 한국을 떠나 샤먼으로 향했습니다. 승무원들이 모두 중국인들이라 말이 통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여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이 비행편에서 기내식이 나올지는 몰랐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접하게 되니 선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이후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거기서 두 번의 기내식이 더 나오는 것을 보고 그때는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더라고요. 음식 나오는 거야 좋은 일이지만 약간 사육당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할까요.

 

그렇게 기내식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비행기는 곧 샤먼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샤먼-공항-모습입니다
샤먼 공항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고 입국 절차를 밟을 때 트러블이 발생했습니다. 거기 심사하는 직원들이 내 항공편을 보고 뭐라고 하는데 중국말로 계속 말을 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죠. 영어로 시도를 했지만 그건 비행기 승무원들까지만 통하는 거였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심사대를 통과하고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하는 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남자 직원이 뭘 자꾸 보여달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자꾸 되물으니 이 직원이 큰 소리로 짜증을 내더군요. 설명을 잘 해줘서 알아듣게 해줘야지 그런 식의 태도를 보이자 나 역시 덩달아 짜증이 솟구쳐 통하지도 않는 말로 한 소리를 했죠. 곧 다른 직원이 나와 내 여권정보를 살펴보고 들여보내 주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 남자 직원이 요구했던 건 건강신고서였습니다. 사전에 항공사로부터 건강신고서를 작성해달라는 메일을 받았고, 그 메일을 작성하여 QR코드를 받은 게 있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신고서가 수속 절차에 필요한 증서여서 그가 그걸 보여달라고 한 거였는데, 전혀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던 것이었죠.

 

 

그가 성질을 낼 게 아니라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려고 했다면 무슨 얘기인지 알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런 식의 태도는 자기네 항공사 이미지만 깎아 먹는 행위라는 걸 그가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샤먼으로 입국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8시간 이상 환승대기를 하는 승객에게는 호텔방을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얘기를 들어서 안내하는 이에게 물었지만 잘 모르더라고요. 그냥 환승승객을 위한 라운지가 있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제도가 없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서 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에 환승객 라운지로 향할 수 밖에 없었죠.

 

참고로, 샤먼 공항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습니다. 와이파이가 존재는 하는데 거기에 접속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있더라고요. 몇 번 시도를 해 보았지만 접속을 할 수 없었기에 좀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공항에서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다니...

 

이후 여러 공항을 경험해 보았지만 와이파이가 바로 잡히지 않은 곳은 샤먼공항 뿐이었습니다. 환승객 라운지에서는 와아피이가 연결이 되기 때문에 샤먼공항을 이용하게 되는 분들은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환승객 라운지는 샤먼공항 지하 2층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나름 자리도 많고 물이나 간단한 먹을거리를 제한 없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장시간 체류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대기장소라고 생각을 합니다. 충전도 물론 가능하고요. 다만 그 장소를 나가면 와아파이가 끊어지고, 돌아와서 안내원을 통해 번호를 받아 다시 잡아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소도 8시간을 대기하다보니 점점 무료한 장소가 되어갔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그 중에는 시끄럽게 말하면서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요. 그래서 계속 그 장소에서 대기하는 게 쉽지 않았고, 다른 곳에 갔다 오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환승대기 중에는 공항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고, 지하 주차장 있는 곳까지는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잠시 바깥 바람을 쐬고 싶을 때는 그곳을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긴 환승시간이 지나갔고,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체크인을 하고 출국 수속절차를 밟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분노를 일으키는 일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심사하는 남자 직원이 내게 돌아오는 항공편을 보여달라고 요구를 하더군요. 이제 파리로 가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항공편이 있을 리가 없었고, 나중에 든 생각이었지만 중국을 떠나는 나에게 왜 돌아오는 항공편을 요구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죠.

 

이 직원도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소통이 잘 안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그 직원이 계속 통과를 안 시키고 그걸 요구하길래 순간 열이 받아서 이제 출국하는 사람에게 뭘 요구하는 거냐며 화를 버럭 냈습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당황하면서 주변 직원들을 향해 뭔 얘기를 계속 하다가 결국 곧 통과를 시켜주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나가면서 욕을 한번 해주었습니다. 물론 한국어로 말이죠.

 

샤먼공항에서의 기나긴 환승대기로 인해 지치기도 했는데 이렇게 들어올 때와 나갈 때 기분 상하는 일이 연달아 생기니 항공사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이미지도 덩달아 안 좋아 지더라고요. 그들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런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그들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긴 환승대기를 마치고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번에는 12시간 가까이 되는 비행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환승대기로 지쳐서 긴 비행시간을 깊게 생각하지도 못한 상태였죠. 그저 빨리 대기를 마치고 비행기를 탔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니까요.

 

이번 비행기에서도 타자마자 곧 기내식이 나왔는데, 이때는 사실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대기하면서 라운지에 있는 간식들을 많이 먹기도 해서 배가 고프지 않았고, 매우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먹는 게 달가운 상태가 아니었죠. 그래도 나온 기내식을 물리치고 싶지는 않았기에 메뉴도 잘 골라서 먹고 나서 눈을 붙이려 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휴식을 취하면서 시간은 흘러갔고 도착하기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기내식이 한번 더 나왔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기내식까지 먹고 나서 곧 파리에 있는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국제선을 많이 타보신 분들은 물론 잘 아시겠지만 이제 외국으로 막 가보는 분들은 비행기에서 생각보다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좋습니다. 그래서 비행기 타기 전에 속을 비워 놓는 게 기내식을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팁이 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 물이 반입이 되지도 않지만 기내에서 제공을 해주니 물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샤먼항공-기내에서-제공하는-물과-간식입니다
샤먼항공 기내에서 제공하는 물과 간식

 

인천에서 샤먼까지, 그리고 샤먼에서 파리까지 긴 환승대기와 더불어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이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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