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돌담소담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랜턴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방을 비추고 있었다. 짐을 챙기는 소리도 들렸다. 불빛과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멀어져 갔다. 그들은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순례길을 향해 떠났다. 곧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반 이상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슬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짐을 챙겨 한명씩 나가는 동안 오히려 천천히 움직였다. 빨리 가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 이순간 과정 하나하나를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어제 함께 왔던 순례자들도 나갈 준비를 마쳤다. 씨익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먼저 보냈다. 그렇게 하나둘씩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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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두번째 아침. 오늘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점인 생장(정식 이름은 ST-JEAN-PIED-DE-PORT. 보통 줄여서 '생장'이라고 부른다)으로 간다. 기대감에 부풀어서인지 잠을 설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기분만은 좋았다. 기차를 타기 전까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전날 기차역까지 가는 동선과 타는 곳을 파악해놓은 덕분이었다. 아침으로 어제와 같은 메뉴가 나왔다. 아주머니는 첫 아침을 먹는 옆의 순례자에게도 어제처럼 빵을 자랑스레 설명하며 내놓았다. 식사를 하며 자연스레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숙소 아주머니도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이었다. 아, 그래서 이렇게 순례자만 받는 숙소를 운영하고 계셨구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은 다양한 루트가 있다. 각 루트..
유럽에서의 첫 아침을 맞았다. 눈을 떴을 때 잘 잔 기분이었다. 피곤할 때 바로 잠들어서 그랬을까. 주변의 고요함을 편안하게 느끼면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파리에서 하루 머무는 날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점은 파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파리로 올 때 도착시간이 늦은 밤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음날 바로 출발하는 것보다 하루 쉬고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을 하여 일정을 그렇게 짠 것이다. 사실 그렇게 계획만 짰을 뿐 파리에 있는 하루 동안 무엇을 할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둔 게 없었다. 그닥 계획적인 편은 아니어서 여행을 가도 꼭 필요한 것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랄까. 일단 파리의 아침을 느껴보고 싶었다. 옷을 챙겨입고 조용히 숙소를 나왔다. 아직 하늘은 어스푸..
유럽으로 떠나는 첫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그런 의미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본 외국은 2007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지인과 떠났던 홍콩 그리고 2014년 여름에 동북아 역사대정정으로 다녀온 중국의 동북3성(이곳은 역사적인 이유 때문인지 외국이라는 생각은 잘 안 들었다), 이렇게 두 곳이다. 그리고 2017년 가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기 위해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여행준비의 시작은 늘 비행기 예약부터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고싶다는 생각만 계속 하다가 이대로는 못가겠다 싶어 비행기 예약부터 했다. 출발 2주 전의 일이었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을 때는 준비되는 게 없었는데 막상 비행기 예약을 마치고 나니 그때부터는 준비가 일사천리였다. 주위에 가본 사람들에게 ..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그 길, 심상정도 걸었고 GOD도 걸었던 그 길, '스페인 하숙'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그 길.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많은 이들이 완주를 꿈꾸며 버킷리스트로 올려놓기도 한 그 길,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포스팅은 다녀온 직후부터 계획을 했습니다만 한쪽 구석의 상자에 한동안 꽁꽁 보관하다가 이제 하나씩 꺼내보려 합니다. 이제부터 시작될 '산티아고 순례길'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글은 아닙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미지의 길에 대해 꿈꾸고 갈망하는 시간이, 잘 아는 사람에게는 추억과 향수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을 느낄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다만 이 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누군가의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