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춘천 잼유이칸
'춘천'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우선 닭갈비와 막국수라는 유명한 먹을 거리가 있고요. 의암호, 춘천호, 소양강 같은 아름다운 강과 호수들이 춘천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춘천을 호반의 도시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춘천이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고대에 춘천이 맥국이라고 불렸다는 사실은 오래된 이야기라 여기서는 넘어가더라도, 6.25 전쟁 당시 최초의 승리를 거둔 곳이 바로 춘천이었습니다. 또한 춘천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여행으로 머물다 가고 김시습이 시를 지어 노래한 정자도 가지고 있습니다. 겨울연가 준상이의 집이 있는 기와집길은 옛 골목의 정취를 담고 있고요. 강원도 유일의 국립박물관이 위치해 있으면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옛 유물과 이야기들을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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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티아고순례길 잼유이칸
산티아고로 가는 날이 밝았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산티아고를 앞두고 들뜬 기색들이 역력했다. 산티아고까지 가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순례길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남달랐다. 마을을 나와 처음 마주친 것은 숲길이였다. 눈 앞에 보이는 숲은 캄캄했다. 아침부터 안개가 끼어서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빛이 들어올 공간이 별로 없어 보였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듯 했다. 중간중간 숲이 갈라지는 구간에서도 짙은 안개로 인해 눈 앞의 거리만 볼 수 있었다. 주변의 풍경을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안개에 휩싸인 숲의 모습이 신비롭기도 하고 나름의 운치를 즐길 수 있었다..
긴 하루였다. 오늘보다 더 걸은 적도 있었지만 보통 길을 잘못 들거나 착오에 의한 것이었는데, 오늘은 계획대로 간 거여서 걸은 만큼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리고 이번 길은 숲의 연속이었다. 마을도 많았지만 숲길이 가장 기억에 남고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이 계속 이어져 목이 뒤로 넘어갈 듯 본 시간도 많았다. 멜리데에서 까미노로 나가는 길은 느낌이 좋았다. 출구에서 바로 숲길로 이어지는데, 그게 끝까지 이어질 줄이야... 막 마을을 빠져나갈 때 앞에 가는 순례자가 있었다. 천천히 걷던 그는 숲에서 뭔가를 유심히 보는 것인지 이따금 멈추기도 하고 그랬다. 나 역시 숲의 느낌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어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주 마주치게 되고 동선이 겹치는 게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도..
곤사르에서 출발할 때 전날처럼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퍼트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자기 속도로 걷게 된다. 아침에 오랜만에 안개가 끼지 않아 시야확보가 됐지만 날이 흐렸고,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초반에 오르막들이 있었는데 올라가면서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나중엔 우의를 입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안개도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전형적인 갈라시아 날씨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비도 맞을만 하다가 계속 내려서 어느 마을에 잠깐 들러 우의를 챙겨 입었다. 그렇게 다시 출발을 해서 리곤데라는 곳을 지나고, 그 다음 마을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들어간 식당 이름은 리곤데. 마을 이름이랑은 달랐지만 리곤데가 근처에 있어서 그렇게 이..
33일차 순례길. 이제는 산티아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나는 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산티아고를 앞두고 100킬로 거리가 깨지는 날이었다. 사실 그런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표지석을 앞두고 보여준 내 모습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사리아에서 받은 인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어서 떠나는 마음이 편했다. 전날 신경쓰이던 것들도 길을 걸으면서 점점 털어버리게 됐다.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졸면서 계속 걸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산티아고까지 남은 일정을 얼마나 잡을지 생각해 봤다. 아마 4일이나 5일 정도? 처음엔 여유있게 5일 일정을 생각했는데 일단 오늘 걸으면서 정해보기로 했다. 자욱한 안개 속 아침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리아를 빠져나갈 때도 안개가 많이 끼어 주..
누워 있는 침대로 밤새 밝은 가로등 빛이 정면으로 비췄다. 눈을 감아도 그 빛이 눈 속으로 들어와 환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사모스의 숙소는 추웠다. 양말을 신어도 발이 시려웠고, 침낭 밑부분을 열어두면 찬바람이 온몸으로 술술 들어와 감기 걸리기 십상일 것 같아 침낭을 꼭 잠그고 잤다. 그러다보니 다리를 쭉 필 수 없어 답답했다. 눈부심과 추위, 몸의 불편함이 합해져 계속 뒤척이는 잠자리가 이어졌다. 잠을 얼마나 잤는지도 모르게 자고깨고를 반복했고, 결국 새벽에 일어나고 말았다. 더 자려고 하다 가만히 누워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생각이 정리되는 게 있었다. 잠을 못 자 깬 것이 이렇게 된 것을 보면 전화위복이라 해야 하나. 숙소를 나와 출발하려고 할 때 밖은..
지금까지의 순례길 중 가장 편안한 잠자리를 가졌다. 호텔 부럽지 않은. 역시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이 최고인 것 같다. 덕분에 컨디션도 굿! 폰프리아에서 잘자고 일어나 준비를 하다보니 비교적 이른 출발을 하게 됐다. 아직 해 뜨기 전이었고, 주변의 모습도 이제 막 형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다. 마을을 벗어날 때쯤 날이 밝아지기 시작했고 어제에 이어 높은 지대에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나아갔다. 오늘은 내리막이 계속 되는 길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니 내리막을 계속 걸어서 다리에 무리가 갔을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위도 있었다. 옷을 다 입었는데도 추위를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고산지대라 보니 확실히 기온이 낮은 느낌을 받았다. 첫 마을을 지나고 ..
30일째 순례길. 하루하루 충실히 걸으려고 하다보니 어느덧 한달이 되었다. 그만큼 시간이 지난 것이 잘 실감이 나진 않지만. 오늘도 도로를 따라 길을 시작했다. 전날과 다른 것이 있다면 비가 오지 않는다는 것. 아침에 날씨가 흐린 듯 했지만 곧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이런 하늘을 본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요사이 계속 비를 봐서 그런지 오랜만의 맑은 하늘이 반가웠다. 간만에 배낭커버와 우의도 집어넣을 수 있었다. 이번 여정은 마을 간 거리가 짧아서 여러 곳을 들릴 수 있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마을은 두번째로 들린 곳이었다. 산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의 이름은 라스 에레이아스(LAS HERRERIAS). 마치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마을이었다. 넓은 풀밭 위엔 말들이 자유로이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