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7일 수요일


법화사지터 네번째 답사날. 두 달여 만에 다시 찾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전날 비가 내려 아침에는 시원하면서도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법화사지를 올 때마다 늘 날이 좋았던 것 같은데, 이 곳과는 좋은 인연이 있는 걸까.



오랜만이어도 여러번 온 만큼 가는 길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물이 졸졸졸 흘러내리는 개울을 건너면서 법화사지터로 출발했다. 



5월 끝자락의 산에는 초록빛이 여기저기 가득했다. 전에 갈 때는 온전히 형체를 볼 수 있었던 무덤과 비가 이제는 길게 자라난 풀과 잎사귀에 가려져 언뜻언뜻 보였다.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길은 신록이 우거졌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초록빛으로 에워싸인 길 주변의 풍경에 푸르름이 절로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물은 더욱 깨끗하게 보이고, 사자바위는 이곳저곳 풀잎의 치장에 밝게 웃고 있는 듯 하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는 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이렇게 초록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법화사지터에 다다랐다. 원래 있었던 나무들이 베어져 깔끔해진 절터는 널찍하면서 훤하게 보였다. 



절터 주변에는 전에 보았던 각종 유물들이 말끔한 모습으로 드러나 있었다. 맷돌의 일부조각을 비롯해 건물을 올리기 위해 쌓아두었던 축대와 거기에 이어져 있는 계단까지. 각각의 형태를 이제는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절의 중심부와 그 주변에 건물을 받치고 있던 돌들도 하나하나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측량과 함께 돌을 드러내는 작업을 거듭하면서 다양한 문양의 받침돌을 볼 수 있었다. 







눈에 들어온 것들 중 백미는 탁본을 떴던 사자상이었다. 탁본을 위해 이미 깨끗하게 손질을 했던 사자상은 한 쪽에서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가 온 뒤 깨끗해진 날에 봐서 그런지 유난히 도드러지게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있는 듯한 사자상이었다.



나무를 베어내고 그 규모를 제대로 드러낸 법화사지터는 중심부 뿐만 아니라 외곽 쪽에도 절터의 흔적을 여기저기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위로는 우리가 온 것을 반기듯 나무들 사이로 파아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이 맑은 얼굴을 내비춰 주었다. 







이렇게 해서 네번째 법화사지 답사를 마쳤다. 이번이 마지막 조사는 아니지만 일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이곳의 조사는 이제 마무리를 향해 가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에 찾았을 때는 법화사지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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