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3일 수요일


이번 답사는 주말에 비가 와서 평일로 변경이 됐다. 날을 잘 골라서 그런지 이날 날씨는 쾌청했고 하늘도 푸른 빛을 아낌없이 내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살펴볼 사자사지는 강원도에서도 높은 산인 화악산 중턱을 넘어가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집다리골휴양림을 지나 비포장길을 한참 달려 차가 멈춘 곳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자그만 계곡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사지사지 가는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였다. 게다가 올라가는 길에는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어서 계속 헤치며 가야 했다. 시야가 자꾸 가려지고 앞에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니 힘이 평소보다 더 많이 들었다. 



힘든 와중에도 자꾸 주변을 둘러보게 됐는데, 그것은 바야흐로 봄의 산이 어디서나 초록초록한 빛깔을 내뿜고 있었기 때문. 날씨가 맑았기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초록빛은 싱그러우면서도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초록빛으로 한참을 둘러싸여 있다가 어느 구간을 지나자 파아란 하늘이 잠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늘과 나무들 사이에 보이는 산들이 켜켜이 이어져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어지는 길에서는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책처럼 생긴 바위를 발견할 수 있었고,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석탑도 등장했다. 고비라는 식물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청록색 빛을 띤 무당벌레였다. 요 귀여운 녀석은 바위 위에 가만히 앉아 나름의 볼 일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경사를 오르고 여러 능선을 거쳐 사자사지터에 도착했다. 주위에 나무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모습이 뚜렷하게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넓은 공간이 펼져쳐 있는 가운데 기왓조각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것을 보니 절터로 이용되던 곳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답사에 처음으로 참여한 학생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기왓조각들을 모으는 데 열정을 보여주었다. 사방에 널려 있는 기왓조각을 한 곳에 모아다 놓으니 상당한 양이 되었다.



절터에는 식물들도 다양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그 중 머위가 있었다. 같이 참여한 연구원 중 한 분은 머위를 가리키며 잎은 싸서 먹으면 되고 줄기는 들기름에 부쳐먹으면 그만이라고 하면서 입맛을 다지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물이 흘러나오는 곳이 있었다. 진흙에 갇혀 흙탕물이었던 곳을 계속 파주니 나중에는 맑은 물이 졸졸 흘러나오게 되었다.



절터 조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때보다 더 힘들고 위험했다. 중간중간에 낙엽이 쌓여 있는 곳에 발이 쑥 들어가거나 미끄러지도 했다. 내려가면서 넘어진 것만 두세번이었고 한번은 미끄러지면서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팔과 등과 엉덩이가 동시에 쿵 하고 닿아 상당한 고통과 함께 몸상태를 걱정하게 되기도 했다. 경사가 심한 데다가 예측하지 못하는 구간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서 넘어지는 모습들이 연출되었다. 



그럼에도 눈에 들어오는 자연의 작품들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커다란 암석에는 안에 사람이 앉을 만한 공간이 있었는데, 들어가보니 시원하기도 해서 명상하기에 좋아 보였다. 다양한 나무들 중에서 한 뿌리에 커다란 세 줄기의 나무가 자라난 모습도 있어 몹시 이채로웠다.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 앞서 내려가던 사람이 뭔가를 가리키는 것이 있어서 살펴봤더니 조그만 새둥지에 하얀 알이 여러개 들어있는 게 아닌가! 나무 위도 아니고 땅 속에 이렇게 둥지를 만들어 알을 보관한다는 게 마냥 신기해보였다. 



마지막에 내려갈 때는 길이 나 있지 않은 곳으로 가서 그런지 나무들이 무성하고 주위에 잔가지들이 빽빽하게 쌓여 있어 마치 오지를 탐험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 길을 뚫고 나와 처음에 보았던 계속과 차들이 보이자 반가움과 안도감이 절로 들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렇게 해서 사자시지 답사는 마무리됐다. 여느 때보다 힘들었던 코스에 땀에 절고 지치기도 했지만 화창한 날씨 속에 초록빛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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