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3일 수요일


법화사지 다섯 번째 답사날이었다. 이번에는 소수의 인원들만 조사를 하러 나섰다. 조사가 막바지로 들어서면서 필요한 인원이 많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촐한 인원으로 출발해 빨리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상은 벗어났다. 같이 간 사람들이 중간에 여러번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평소보다도 더 늦게 올라가게 됐다. 


입구에서는 6월의 햇살이 오전부터 덥게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산으로 점점 들어가면서 울창한 나무와 숲이 빛을 가려주어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법화사지로 가는 초여름의 풍경은 여전히 울창함과 싱그러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번에 가는 길에서는 오랜만에 발견한 것들이 있었다. 답사 초반에는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올라가서 다양한 것들을 확인했는데, 횟수를 거듭하면서 점점 절터에 가는 데만 집중하느라고 다른 것들은 잘 못보고 지나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위 위에 균형 있게 쌓아놓은 작은 돌탑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그새 윗부분에 돌을 얹어둔 것이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다보니 숯가마터도 한 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법화사지터에 도착했다. 답사가 진행되면서 절터는 점점 말끔한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전에 보지 못했던 나무 줄기를 발견했다. 줄기가 떨어져 나간 모양이 마치 새총 같아 보였다. 길고 튼튼한 고무줄만 있다면 한번 돌을 끼워 날려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나기도 했다.




오늘의 주요 작업은 절터 측량과 주변에 흩어져 있는 기와와 도기, 자기의 현황 파악 그리고 탁본이었다. 오전에는 절터 측량과 기왓조각 등의 파악을 나눠서 진행하고, 오후에는 탁본을 진행했다. 


절터 주변에는 기왓조각 그리고 도기와 자기의 파편들이 널리 퍼져 있었는데, 대부분은 기왓조각들이었다. 집중적으로 조각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드문드문 나오는 곳도 있었다. 또 조각들 중에는 민무늬도 있고 다양하게 새겨진 문양의 조각들도 있어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중에 같이 살펴볼 때는 그 모양에 따라 이름도 다르고 시대 차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탁본은 전에 한번 떴던 돌사자상과 함께 추가적으로 떴다. 새롭게 탁본을 뜬 것은 앞부분이 깨져 나가 꼬리와 몸통 부분만 확인해볼 수 있었다. 먼저 돌에 붙어 있는 이끼 등의 불순물들을 제거해준 다음 종이를 붙이고 먹을 칠하는 과정이 진행됐다. 



탁본 뜬 것을 보니 두 작품 모두 그 모습이 잘 드러나 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탁본을 통해 돌에 새겨진 문양을 선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탁본까지 해서 다섯 번째 법화사지 답사도 마무리되었다. 원래 이번 답사가 법화사지에서 하는 작업이 끝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모양새를 보아하니 또 진행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답사를 진행하면서 같이 작업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함께 했던 사람 중 한명은 예전부터 본인이 관여할 부분이 아닌 것에 대해 막 얘기를 해서 심기를 불편하게 했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감정이 안 좋기도 했고 이번에 함께 하는 시간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을 가지고 일에 임하다 보니 내가 소극적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작업하는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일을 할 때 감정에 빠져있거나 끄달리게 되면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고, 할 말은 그때그때 확실히 하되 열린 마음으로 일에 임하는 게 필요함을 알았다. 이번 답사는 작업 외에도 일과 관계에 있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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