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6일 토요일


세번째 정기 답사의 날. 이날 코스는 곡운구곡이었다. 춘천 사북면 오탄리에서 화천 사내면 용담리에 걸쳐 있는 곡운구곡은 곡운 선생이 화음동을 들어가며 각 승경에 지은 이름이다. 일곡 방화계, 이곡 청옥협, 삼곡 신녀협(여기정, 정녀협, 수은대, 청은대), 사곡 백운담(대박삽, 설운계, 열운대), 오곡 명옥뢰, 육곡 와룡담(용연), 칠곡 명월계, 팔곡 융의연, 구곡 첩석대 이렇게 총 아홉 개의 골짜기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화천으로 이동해 곡운구곡 답사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들린 곳은 제4곡 백운담이었다.



아침까지 비와 와서 그런지 날씨는 흐렸지만 안개가 드문드문 끼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물가로 내려가는데 바위가 젖어 있어 미끄러웠다. 다들 조심조심 발걸음을 움직여 사곡의 군데군데를 살펴보았다. 바위가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되어 다채로운 느낌을 주었고, 바위 사이로 물줄기가 폭포처럼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바위에는 하얀 줄을 칠해 놓은 듯 줄무늬가 길게 새겨져 있었는데, 바위 사이에 가해진 압력으로 인해 그런 모습이 나타난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또 어떤 바위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풍화 작용이 일어나 글씨가 많이 닳아져 있었지만 동행한 사람들 중에는 그 글씨를 읽어내는 이도 있었다. 



각 골짜기 사이는 거리가 멀지 않아 대체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제5곡 명옥뢰와 제6곡 와룡담이었다. 오곡과 육곡 사이의 푸른 물이 길게 늘어져 차분히 흘러가고 있었다.






골짜기 맞은편에는 곡운영당이 있었다. 이곳은 곡운 김수증 선생 사후에 이 지역 선비들에 의해 세워졌다. 곡운추모비가 먼저 세워지고, 김수증 선생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며 충효사상의 정신을 배우고 문화, 전통을 계승하고자 후에 곡운영당을 건립했다고 한다.  




곡운영당 근처에는 아직 물기를 털어내지 못한 풀꽃들이 선명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다음 장소는 제7곡 명월계. 설명된 것처럼 큰 소나무들이 나란히 숲을 이루어 이곳만의 운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여기 근처에는 거북이 형상을 닮은 바위도 있었는데, 얼굴만 닮은 게 아니라 머리부터 꼬리까지 전체적으로 거북이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곡운구곡이 포함된 지역에는 계곡 말고도 볼만한 경치들이 많았다. 그 중 한 면이 병풍을 두른 듯 깍아지른 바위로 둘러싸인 산이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제3곡 신녀협에는 정자와 함께 곡운구곡 출렁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신발을 벗고 돌계단을 올라 정자에 앉으니 계곡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다. 봄기운과 함께 바람을 맞으니 한숨자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출렁대는 곡운다리를 건너 아래로 내려갔다. 이곳 역시 바위 사이로 물살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고 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제2곡 청옥협이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푸른 물살의 아름다움 뒤로는 자연이라는 석수가 조각조각 돌벽을 새겨놓은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이곳에는 무척이나 인상깊은 바위 하나가 있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기에는 꽤나 독특한 모습을 띠고 있는 바위였다.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이걸 두꺼비라고 해야할지 황소개구리라고 해야할지... 당신의 선택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던 중에 샛노랗게 핀 꽃이 선명한 얼굴을 내밀어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곡운구곡은 제1곡 방화계였다. 이곳에서는 저 산골짜기서부터 내려온 물길이 시원스레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 커다랗게 형성된 돌지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위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규모가 큰 암석지형 일부에는 깊게 글자가 새겨져 있기도 했다. 마치 종이에 글씨를 쓴 것처럼 반듯하게 새겨진 글씨는 감탄을 절로 불러 일으켰다.



거기서 조금 올라가는 쪽에 또다른 거북 모양의 암석이 눈에 들어왔다. 다만 이걸 온전한 거북 모양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었다. 



곡운구곡 답사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인솔자가 여기서 끝내지 않고 보너스 풍경을 더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들린 첫번째 장소는 대추나무골. 이곳은 다산길 8구간 중에 속하기도 했는데, 길을 따라 깊숙히 들어가다보니 계곡 하나가 떡 하니 나왔다.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아래쪽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어진 두번째 보너스 풍경은 사북면 오탄리 근처의 바람계곡이었다. 차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지난 후 안쪽으로 한참 걸어들어가다가 모퉁이를 도니 넓게 펼쳐진 물길이 나오고 그곳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바위산이 펼쳐졌다. 이 같은 풍경을 이런 깊숙한 곳에 간직하고 있다니...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 



바람계곡 주변에는 크고 작은 둥글둥글한 돌들이 꽤 넓게 분포되어 있었다. 이런 모양의 돌들이 이렇게나 많이 쌓여있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마치 비밀의 계곡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바람계곡을 끝으로 해서 이번 답사가 마무리됐다.




이번 답사코스는 차가 없으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들이었다. 다양하고도 멋들어지게 형성된 자연의 풍경들을 살펴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답사일정에 지쳐서 나중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며 과유불급을 떠오르게 만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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