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4일 토요일


이날은 원래 잡혀 있던 법화사지터 답사가 사정상 연기되면서 신북 지역을 답사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히게 됐다. 일정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빡빡하게 짜여져 있어 신속한 이동과 조사가 요구되었다. 이날 진행된 답사 일정은 다음과 같다.



1. 우두사지, 우두산성

2. 산천리 성황목(소나무, 참나무), 정자

3. 잠실

4. 발산리 소나무

5. 박승환 선생님 댁 방문

6. 발산리 소나무, 발산리 사지

7. 지내3리 은행나무

8. 신헌 묘

9. 정자번 정려문

10. 성문 월영루(청향각)

11. 도정약수(성문약수)

12. 유견룡 사당, 성황목, 지내리 은행나무

13. 지내리 성황목, 성황당

14. 지내리 고인돌(추정)

15. 사당

16. 박연령 묘



첫번째로 우리가 들린 곳은 우두산이었다. 우두산 올라가는 길 양쪽으로는 여기저기 핀 봄꽃들이 우리의 방문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얼마 오르지 않아 넓게 펼쳐진 곳이 나왔는데, 우두사지터였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돌과 기와조각들의 흔적을 통해 우두사지뿐만 아니라 우두산성 역시 존재했을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었다. 저 멀리로는 춘천 시내의 모습도 한눈에 보였다.





이렇게 우두산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하여 답사는 이어졌다. 각 마을에 있는 나무라던지 정자, 사당, 잠실, 무덤 등 향토유산으로서 의미 있는 것들을 살펴보고 정리하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들린 곳 중에는 약수터도 있었다. 약수터 위쪽에 '성문약수'라는 비석이 세워져 약수터의 유래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약수물은 겉보기에는 맑아 보였으나 먹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검사결과가 써 있어 아쉽게 맛을 보지는 못했다.





이번 답사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도구가 있었다. '싸이로'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돌로 만들어진 이 커다란 원통 모양의 도구는 소 여물 등을 보관하는 창고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돌뿐만 아니라 나무로도 만든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에 놀라웠다. 겨울철에 논밭 위에 하얗게 묶어져 있는 것을 종종 보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싸이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오늘 본 것은 옛날에 사용하던 것을 이제는 쓰지 않고 한쪽에 방치해 둔 것 같아 보였다.



신북 지역에는 고인돌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었다. 아직은 확실한 고인돌이라기보다 추정하는 정도였지만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집 가까이에 고인돌 형태의 다양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돌들이 꽤나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니 퍽 흥미로웠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당의 모습이었다. 보통 사당하면 떠오르는 그런 형태가 아니고, 단독주택 같은 집에 기와 지붕이 올려져 있고 거기에 현판이 붙어 있었다. 현판과 주위에 사당을 설명해주고 있는 비석만 없으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왜 이런 형태로 사당을 짓는 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남았다. 혹시 이게 요즘 사당 트렌드?



오전부터 진행된 신북 지역 답사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사전에 계획한 대부분의 장소에 들러 규모를 재고 그 유래를 파악하는 등 필요한 조사를 다 같이 하다보니 하루가 금방 지나간 느낌이었다. 



이번 답사에서는 불편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같이 참여한 한 사람이 내게 답사하는 방식에 대해 심한 표현을 하며 지적하는 일이 생겼다. 갑작스럽기도 해서 당시에는 별다른 반박도 못하고 그저 듣고 말았고, 그 얘기를 좋게 받아들이려고 하면서 일리가 있다고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들은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부당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날 그에 대해 내가 느낀 것에 대해 얘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가만히 있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할 말을 제대로 해야되겠다는 걸 느꼈다. 


이런 조사에서도 여러 명이 참가하고 움직이다보니 미처 생각지 못한 일도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갈등이 생기면 확실하게 내 의사표현을 하여 그것을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이번 신북 지역 답사이야기는 여기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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