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1일 토요일


이번 답사 코스는 삼한골이었다. 삼한골은 한동안 군부대의 훈련장 부지였다가 군부대와의 협약이 종료되어 산림청으로 반환되면서 이후 답사가 가능해진 곳이다. 춘천 최고의 비경을 지닌 계곡으로도 알려진 삼한골 한쪽에는 올 하반기에 국립춘천숲체원이 개관될 예정이어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삼한골 내에 남아있는 삼한사지의 흔적과 기타 유적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이번 답사는 기획이 되었다. 산 속을 왔다갔다 하는 동선이었기에 예전과의 답사보다는 난이도가 있었다. 낙엽더미에 발이 푹 꺼지기도 하고 바위 사이를 건널 때는 미끄럽기도 해서 왜 등산화가 필요했는지 알 수 있었다.



 

초입을 벗어나 점점 깊이 들어가면서 삼한골의 면모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계곡이 이어지면서 들리는 청량한 물소리는 그야말로 자연 ASMR이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가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니 폭포도 만날 수 있었다. 거북이 형상을 띠고 있다고 해서 구암폭포라 불리는 이곳 물줄기는 거세지는 않았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폭포에서 떨어져 생긴 물웅덩이가 낙엽더미에 흐름이 막혀있는 것을 보고 맴버들 중 한 사람이 나무막대를 이용해 몇 차례 휘져어 주니 이내 물이 흘러내려가기 시작했다.




삼한골 곳곳을 살펴보면서 왜 이곳이 최고의 비경을 가졌다고 얘기했는지 이해가 됐다. 독특하고도 커다란 바위가 곳곳에서 등장하는가 하면 주상절리를 연상시키는 기암절벽도 보였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 커다란 규모의 계곡이 나왔다. 멋들어진 바위와 깨끗한 계곡물로 이루어진 이 곳은 그야말로 자연이 빚은 작품이었다. 






이윽고 우리는 삼한사지 터에 도착했다. 절터라는 것을 증명하듯 돌로 쌓여진 기단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기왓조각들을 통해서도 그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답사를 하면서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늘 지팡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산을 돌아다니다보면 곳곳에 지팡이로 쓸만한 나무들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경력이 좀 되는 사람들은 잽싸게 캐치하여 그 자리에서 지팡이를 제조(?)하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다. 맥가이버 칼이나 호미로 몇 번 쓱싹쓱싹 하다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지팡이가 탄생!



산의 높은 곳에 올라가다 한무리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라도 해주려는 듯 꽃들은 환하게 웃으며 살랑살랑 춤추고 있었다.



답사를 하다보면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들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술병들이 나왔다. 알지 못하는 상표가 붙어 있었는데, 술병을 찾은 사람들이 옛날에 있었던 이름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렇다면 꽤나 오래전에 있었던 술병들이라는 얘기인데, 한두개도 아니고 여러개의 술병들은 왜 여기 묻혀져 있었을까?



이번에 살펴본 지점은 네 곳이었는데, 그 중 한 곳은 나무가 양쪽에 주욱 늘어서 있으면서 숲처럼 형성된 곳이 있었다. 한쪽에 쌓여 있는 통나무들과 함께 보이는 나무숲의 모습는 자못 인상적이었다.



삼한사지를 포함한 네 곳의 지점을 둘러보고 답사는 마무리됐다. 애초에 살펴보려 했던 것을 다 확인하지는 못했다. 기존에 정보가 확실한 곳도 있지만 답사를 통해 불명확한 곳을 찾아보는 것도 있기 때문에 다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답사로도 좋지만 그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는 목적으로도 삼한골은 한번쯤은 찾아올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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