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9일 일요일


법화사지터 세번째 답사가 있는 날이었다. 아침에는 다소 쌀쌀했으니 금방 날이 풀렸다. 청명한 하늘과 따뜻한 햇살은 답사를 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오늘 답사에는 터를 조사하는데 필요한 사전 작업을 할 사람들도 함께 해서 이전보다 많은 인원들이 참여했다. 파아란 하늘 아래 법화사지터로 가는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가는 도중에 전에 보지 못했던 꽃들이 피어 있었다. 날이 따뜻해진만큼 산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인원이 많아서인지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에 찾아온 화창한 기운을 물씬 즐겼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 가다 길목에 버티고 있는 거대한 사자머리 바위를 보게 되었다. 올때마다 보는 모습이지만 이날따라 화사한 느낌을 받았다.




법화사지터에 도착했다.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된 장소. 다들 잠시 쉬거나 여기저기 살펴보고 있는 가운데 새로 참여한 사람은 처음 보는 절터의 모습에 연신 신기해하며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 위로 새파란 하늘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근처에 핀 생강나무꽃은 새순과 함께 노오랗게 자태를 선보였다.






이날 답사에는 법화사지터 내의 건물과 조각들의 면적을 측량하고, 또다른 유물이 있는지 발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사자상의 탁본을 뜨는 일이었다. 말로만 듣던 탁본을 뜨는 과정을 눈앞에서 하나씩 살펴볼 수 있었다.



먼저 사자상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구석구석에 끼어있는 흙과 이끼를 말끔히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렇게 말끔히 이물질들을 제거하고 쪼개졌던 한쪽 부분을 맞춰주면 탁본 준비 완료.



이제부터는 정밀함과 섬세함이 요구됐다. 먼저 사자상에 물을 뿌리고 종이를 붙여준다. 그 다음 그 종이가 사자상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톡톡 두드려준다. 이 두드려주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힘을 너무 세게 줘도 너무 약하게 줘도 안된다. 자칫 종이가 찢어질 수도 있고 힘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종이가 들떠서 사자상의 모습을 제대로 머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들 숨을 죽이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종이를 치는 톡톡 소리만이 일정하게 울려퍼졌다. 얼마 후 하얀 종이에 뒤덮힌 사자상의 윤곽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제 그 종이 위로 먹을 칠해주는 과정이 남았다. 이 작업 역시 섬세한 손놀림을 요했다. 일정한 힘으로 먹을 눌러줘야 종이에 고르게 사자상의 형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 



전문가의 손길이 한동안 조심스럽게 가해지자 이윽고 종이에는 웅크리고 앉아있는 선명한 동물 한 마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나타난 동물은 호랑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선명하게 탁본이 나온 것에 다들 신기해하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탁본을 뜨는 내내 긴장된 표정으로 작업에 임한 전문가는 탁본된 것을 보고 완전히 만족할 만한 정도의 작품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괜찮게 나왔다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렇게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탁본 뜨기가 성공리에 끝나면서 오늘의 답사 일정도 마무리됐다. 화창한 봄기운에 날씨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눈에 보이는 작품도 남길 수 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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