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8일 토요일


두번째 정기 답사가 있는 날. 이날 우리가 갈 곳은 사북면에 있는 고탄리라는 마을이었다. 고탄리는 고성리 지역에 포함되는 곳이다. 고성리는 수춘지의 여러 문헌에 나오는데, 이곳이 선돌 그리고 출옹 이주와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출옹 이주는 청빈한 선비로, 고탄에 머물며 살면서 춘천을 찾은 많은 선비 문인들과 교류하였다고 한다.


솔다원 나눔터라는 곳에서 오늘의 답사 일정은 시작되었다. 이곳은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가 위치해 있는데, 예전에 잠깐 일을 하면서 인연이 닿은 곳이기도 했다.


 

처음 답사 장소로 가는 도중에 눈에 띄는 경치가 답사객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했다. 어제 비가 오고 난 뒤라 그런지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화창해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첫번째로 보러 간 것은 선돌이었다. 선돌은 말 그대로 돌이 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곳 고탄리 이외에도 월성리와 삼천동(이곳에는 흔적만 남음)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선돌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이 선돌의 용도에 대해서도 믿음의 대상물인지 특수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이곳 고탄리에 세워져 있는 선돌은 오래된 소나무와 함께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커다란 소나무 바로 옆에 세워져 있다보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기 쉬울 수도 있어 보였다.


 

다음으로 들린 곳은 정자소였다. 용연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예전에 정자가 있던 터가 발견됐다. 정자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주춧돌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돌의 상태로 봤을 때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님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곳은 무엇보다 흐르는 물과 함께 주변 경관이 무척이나 뛰어났다. 여름에 계곡으로 놀러오기에도 좋아보였다. 한편에는 커다란 암석이 놓여져 있었는데, 바람이 휘날리며 그랬는지 유수가 흐르면서 그랬는지 군데군데 수놓아져 있는 암석의 형태가 기가 막혔다. 언뜻 보면 불독같기도 했는데, 어쨌든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동물의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다음 여정을 위해 양통리로 넘어갔다. 이 지역은 백자가마터가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우리 안의 닭들이 보였고 그 옆에는 강아지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고 싶은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귀엽기도 하면서 조금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드문드문 보이기는 했지만 파아란 색감이 마을의 경관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가마터는 여러 군데에서 그 흔적을 살펴볼 수 있었다. 파편 수준으로 나오는 게 있는가 하면, 비교적 모양이 많이 남아 원형을 짐작케 해주는 것도 있었다. 자기 바닥의 경우도 짧게 된 것도 있고 길게 나와 있는 것도 있어서 한때 다양한 형태의 자기를 구워내고 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이번 답사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들도 여럿 이었다. 가마터 근처의 산 위쪽에 옛날 방공호로 썼던 곳이 있다고 했다. 조금 올라가보니 입을 쩍 벌린 상어처럼 흙으로 만들어진 동굴이 나왔다. 안쪽까지 들어갔던 사람의 말로는 5m 정도의 깊이라고 하니, 꽤나 깊숙하게 만들어놓은 곳이었다.


 

또다른 곳이 있었다. 이곳에는 둥그렇게 각진 형태로 둘레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돌탑의 형상들이 여기저기 존재했고, 그러한 형태가 여러 겹으로 되어 있었다. 곳곳에 특이한 형태의 돌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다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내던 곳이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 위쪽으로는 커다란 돌이 놓여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둥그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이것을 두고 어떤 이는 전쟁 때 총알이 박힌 자국이라고도 했는데, 추측일 뿐이어서 그 표시가 어떻게 났는지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남겨둘 수 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산 위쪽으로 넓은 면적에 걸쳐 층이 만들어져 있었고 거기에도 기단처럼 쌓여져 있는 돌들이 심심치 않게 드러났다. 답사단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이곳이 어떤 형태인지 정확하게 판별이 되지 않아 일단 표시만 하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오밀조밀하고 흐드러지게 핀 꽃이 있었다. 조팝나무(발음주의!)라고 불리는 꽃이었다. 화창한 날씨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오늘 답사에서는 사북면 지역에 있는 다양한 유적지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비록 어떤 용도의 형태였는지 알 수 없었던 곳도 있었지만 새로 발견한 곳이기도 하거니와 그 규모나 모습으로 보아 지속적인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의미있는 유적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도 생긴다.


맑고 파아한 하늘 아래 봄기운을 흠뻑 느낄 수 있었던 4월의 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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