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잼유이칸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알베르게라는 순례자 숙소가 있다는 것을 이전에 언급을 했었는데요. 저렴한 비용으로 묵을 수 있는 만큼 대부분의 숙소가 다수의 이층 침대가 놓여진 도미토리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침대는 오래된 경우가 흔해서 조금만 힘을 줘도 흔들리는 곳도 많습니다. 이층 침대를 혼자 쓰는 경우도 생기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보통 같이 쓰게 됩니다. 생장은 프랑스길 코스의 출발점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숙소에 오게 되고, 이번에 묵게 된 곳에서도 다른 사람과 한 침대를 쓰게 되었죠. 이때 어떤 침대 메이트를 만나는 지가 잠자리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생장에서 함께 침대를 쓰게 된 사람이 밤새 계속 뒤척이는 바람에 그 울림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어 잠을 자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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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전날처럼 어둠 속에서 자그마한 불빛들이 여기저기를 비추고 있었다. 일찌감치 준비를 마친 순례자들이 하나씩 자리를 떴고 주위은 다시 조용해졌다. 눈을 뜬 김에 어제 마저 쓰지 못한 일기를 쓰기로 했다. 원래 일기는 그날 바로 쓰려고 했는데 순례길을 걸어서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일기를 쓰다 졸음을 못 이기고 그만 잠들어 버렸다(이후로도 이런 날들이 많았다). 잠깐 바깥바람을 쐬려고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숙소를 나왔다. 밖은 아직 어두컴컴했고 하늘엔 아직 달이 떠 있었다. 숙소가 있던 수도원 건물을 천천히 돌다가 추위가 슬슬 느껴지기 시작해 숙소 앞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숙소로 들어가는 문이 잠겨져 있는게 아닌가! 당황하면서 계속 열어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른 시간이라..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랜턴불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방을 비추고 있었다. 짐을 챙기는 소리도 들렸다. 불빛과 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멀어져 갔다. 그들은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순례길을 향해 떠났다. 곧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반 이상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슬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짐을 챙겨 한명씩 나가는 동안 오히려 천천히 움직였다. 빨리 가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 이순간 과정 하나하나를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어제 함께 왔던 순례자들도 나갈 준비를 마쳤다. 씨익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먼저 보냈다. 그렇게 하나둘씩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