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일 토요일


아침부터 흐린 날씨가 이어진 이번 답사는 남산면으로 향했다. 남산면은 옛 강촌역과 백양리역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근대 유적들을 비롯해서 유교와 불교 등과 관련되어 있는 문화 유적들이 산재되어 있었다. 조사는 다음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강촌 철교 > (구)백양리역 > 강촌 출렁다리 > 말골 사지 > 창촌리 삼층석탑 > 추곡리 불상 > 공주묘 > 가정리 암각자



차를 타고 춘천 시내를 벗어나 먼저 옛 강촌역이 있던 장소에 들렀다. 이곳부터 옛 백양리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봄내길 7코스로도 지정이 되어 있었다. 이 코스는 맥국 전설을 간직한 삼악산을 건너다보면서 경관이 아름다운 북한강변을 따라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정취가 일품인 곳이라 설명이 되어 있었다. 걷기뿐만 아니라 자전거로 다녀도 그 절경을 충분히 즐기기 좋아 보였다. 실제로 오전부터 많은 이들이 자전거길을 통해 이 구간을 지나다니고 있었다.



 

구 강촌역에 있는 강촌 철교를 측량하기 위해 이동을 했다. 강촌 철교로 들어가려는 것을 거기 있던 관리자가 막으려고 했는데 잠깐의 시간동안만 철교 측량을 위해 가는 거라고 얘기해주니 그 정도라면 괜찮다며 길을 비켜주었다. 



옛 철도 구간이 짧지는 않았으나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진행하니 측량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철도 구간 중에는 흙으로 덮힌 곳 이외에 그물철사로 만들어진 곳이 있었는데, 아래가 훤하게 내려다보여 쳐다봤을 때 순간적인 떨림이 엄습해오기도 했다. 






다음으로 들린 곳은 구 백양리역. 이 곳은 넓은 벌판에 있는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경관이 뛰어나고, 현재 국내에서 중앙선 팔당역과 더불어 역사건물이 승강장 위에 서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유일한 '섬(島)식 역' 이었다. 간이역 하면 흔히 떠올릴만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도 했다.



역사는 아담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역사에 있는 건축물 중 양방향으로 지역이 표시된 게 있었는데, 초창기에나 만들어졌을 법한 푯말이 남아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구 백양리역 근처에 강촌 출렁다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옛 출렁다리 중에서 일부분만 남아 있었지만 거기에 옛 출렁다리의 모습을 붙여둬서 본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근대 유적을 살펴보고 들린 곳은 불교 유적 중 하나인 말골 사지였다. 말골이란 지역에 존재했던 옛 절터를 살펴보러 간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산 아래 넓게 펼쳐진 밭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연구회원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곳이 절터였다는 증거를 하나하나 찾아내기 시작했다. 흩어져 있던 자기와 기왓조각들을 한데 모아두니 그 수가 꽤 되었다. 




말골 사지를 뒤로 하고 보러 간 것은 창촌리 삼층석탑이었다. 이 유물은 개인이 소유한 농지에 위치하고 있었다. 제지받을지 모른다는 염려도 있었지만 다행히 안으로 들어가 석탑의 모습을 눈 앞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창촌리 삼층석탑은 석탑치고는 규모가 아담했다. 그리고 탑 사이에 쌓여 있는 부분부분이 어긋나있기도 하면서 탑과 탑 사이에 끼워져 있는 돌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본 결과 현재의 모양은 그 순서가 잘못 쌓여 있는 부분이 있고 근처에 있는 받침돌이 그것을 뒷받침해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유물로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펴본 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다음 행선지로 가는 도중 여기저기 넓게 펼쳐진 청보리밭이 눈에 들어왔다. 눈 앞에서 이렇게 펼쳐진 청보리밭을 본 건 처음 같았다. 청보리밭은 제주도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여기 보이는 청보리밭도 꽤나 아름답게 보였고 눈길을 계속 잡아끌었다.




청보리밭을 지나 조금 높은 지형으로 올라가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자그마한 건축물을 발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돌로 만든 불상이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게 아닌가. 바로 이 돌불상이 추곡리 불상이었다. 불상의 목에는 커다란 알을 가진 염주가 둘러져 있었고 그 주변에는 연등과 향초를 피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돌불상의 규모는 아담했고 면면에 드러나는 모습이 익살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고려 시대의 불상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컨테이너 주변에 있던 바닥돌에는 연월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이 공간을 만든 시기를 짐작해볼 수 있었다. 



불상을 보고 내려가는 길에 나뭇잎 사이로 움직이는 게 있어 뭔가 봤더니 개구리였다. 오랜만에 보는 개구리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팔짝팔짝 뛰어가던 개구리는 자기가 주목받고 있는 것을 의식했는지 한동안 가만히 나뭇잎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으로 볼 것은 유교 유적으로, 추곡리에 있는 공주묘였다. 공주묘가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는 길에 두릅나무들이 있어 두릅을 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하나 따볼까 하고 두릅에 손을 대고 따려는 순간 강렬한 아픔이 느껴져 손을 떼고 말았다. 두릅을 떼려다가 손톱 밑이 찔린 것이었다. 박힌 가시를 빼내니 피가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별일 없이 잘만 따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찔린 아픔을 느끼며 공주묘로 향했다.



공주묘에 세워져 있는 비를 통해 이 묘의 주인이 정순공주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다들 모여 비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묘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묘지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묘지 한쪽에는 분홍빛 꽃들이 예쁘게 피어 주변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주묘까지 살펴본 후 다음으로 가정리 암각자를 찾으러 갔는데, 산을 헤짚고가듯이 어렵게 근처까지 내려갔으나 물이 잠겨 있어 제대로 못본 채 결국 다시 올라가고 말았다. 따뜻해진 봄날씨에 얼굴에 땀이 줄줄 나는 것을 마지막에 경험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오늘의 답사를 마무리했다. 하루종일 날이 흐리고 공기도 좋지 않아 시야가 뿌옇게 보여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가기 쉽지 않은 곳들을 조사하면서 다양한 유적지를 살펴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산에서도 더위를 느끼기 시작한 만큼 다음 답사때는 옷차림이 좀 더 가벼워 질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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