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1일 목요일


오전에 소양1교 조사를 진행했다. 맑은 날씨였지만 여름으로 들어선 만큼 오전부터 햇살이 뜨거웠다. 단순히 교량을 조사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누 2대가 실린 봉고차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소양강에 카누를 띄워서 그걸 타고 소양1교와 그 주변을 살펴보는 작업이었다.


일단 카누를 강에 띄우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카누 하나에 두 사람이 붙어서 옮겼는데, 선착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닌 데다 복장도 카누를 탈 것에 대비를 한 게 전혀 아니어서 시작부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카누를 옮기는 사람과 호흡도 잘 맞지 않아 힘은 배로 들고...



겨우 카누를 강에 띄우고 그 위에 올라탔다. 구명조끼는 입었으나 카누를 조종하는 것에 대해 따로 설명을 들은 게 없어 처음에는 균형잡는 것부터 불안했다. 경험자가 노 젓는 법을 알려주고 이리저리 움직여보면서 차차 감을 잡아 갔다. 카누를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비로소 눈 앞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잔잔한 소양강의 물결 위로 소양2교가 펼쳐져 있었다.



본격적으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소양1교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봉의산 방향 강변 암벽에 새겨져 있는 소양로 마애비를 살펴보았다. 바위에 새겨진 비가 비교적 선명한 형태로 드러나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소양1교 차례. 소양1교는 6.25 전쟁 초기에 소양강 남북을 연결하는 유일한 교량이었다. 춘천에서 최고령 교량이자 80년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교량 곳곳에 6.25 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이날 조사는 사실상 이때의 총탄 자국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이었다.




소양1교에 총탄 흔적이 남아 있다는 얘기는 전부터 들어왔으나 교량 위로 다닐 때는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다리 밑으로 다니면서 살펴보니 그 흔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곳곳에 새겨져 있는 총탄 자국은 전쟁 당시의 치열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카누를 타고 다니다 보니 이번 조사에 왜 카누가 동원됐는지 알 수 있었다. 카누 덕분에 교량 사이를 자유자재로 지나면서 총탄의 흔적들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 시간 좀 넘게 걸려 소양1교 조사는 마무리되었다. 평소에 접하기 힘든 거리와 각도에서 소양1교의 상세한 모습과 총탄 흔적들을 살펴보니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카누를 타고 소양강 물길을 가르며 다닌 것도 개인적으로는 색다른 경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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