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시리즈가 오랜만에 나왔다. 이번에 나온 <고구려7>의 경우 몇년만에 나온건지도 정확히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을 건너 나온 거니 그만큼 기대가 되면서도 그 전에 읽은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도 해서 이전의 책들을 다시 읽어봐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책을 읽어나가다보니 예전 내용들이 점점 기억나면서 스토리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워낙 오랜만에 나온 거다 보니 이전 것을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고구려7>은 고구부가 동생 고이련에게 나라를 잠시 맡기고 자신이 해야하는 일에 몰두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일을 무사히 마치자 그는 동생에게 양위하고 미련없이 떠난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동생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장차 고구려를 다스릴 태자의 이름을 지었다고. 그 이름은 담덕이었다.

 

고구부는 고구려의 17대왕 소수림왕이고, 그의 왕위를 물려받은 동생 고이련은 18대왕 고국양왕이다. 그리고 고국양왕의 태자 담덕이 우리가 잘 아는 광개토태왕이다. 다음 8권부터는 고국양왕의 치세와 더불어 담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김진명 소설에는 마력이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는. 이번 고구려 7권도 그렇다. 고구부가 벌이는 기상천외하지만 경이로운 일들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책의 마지막장이다. 아쉬움이 밀려오고 어서 빨리 다음 권을 읽고 싶어진다. 

 

소설 자체가 주는 재미와 서스팬스도 마력의 한 요인이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역사적 진실이 깔려있고 그것을 작가가 생생한 묘사를 통해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재미 이상의 현실감도 있다. 실제로 김진명 작가는 이번 <고구려7>을 중국의 동북공정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공자의 역사왜곡을 반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히고 있다. 

 

김진명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과 뚜렷한 대비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형 고구부와 동생 고이련의 대비가 무척 흥미롭다. 형은 천하의 제일가는 책사이자 지략가, 동생은 천하제일장이란 칭호를 얻는 장수이다.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다. 고구부는 활달하면서 구김이 없어 어느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간다. 그에 비해 고이련은 우직하면서 지나치리만큼 솔직하다. 그 솔직함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의 모습으로 결국 새로운 고구려를 만들어간다. 

 

고구려 시리즈가 역사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 책을 보면서 소설이라고 느낀 적은 별로 없다. 물론 사건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들어가는 장치들에 픽션의 요소들이 있을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의 형식을 빌려 역사적 진실을 파헤쳐가는 논픽션이라고 본다. 그건 고구려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역사에 대해 관심을 더 갖게 되고 그 진실을 정확하게 알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소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읽기 바란다는 얘기를 작가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전이라 여기는 중국의 많은 책들이 과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면 그건 역사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고전이니까 비판적 의식 없이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를 읽는다는 것은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고구려 7권

 

굳이 책의 내용을 끄집어 내서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겠다. 다만 여기서는 우리가 당연히 중국의 글자로만 알고 있는 한자가 정말 그들이 만들어낸 고유 문자가 맞는가에 대한 화두만 던지고 싶다. 이에 대한 답은 책을 통해 스스로 찾아보는 게 좋겠다.

 

고구려 7권에는 불씨 얘기가 나온다. 명맥만 유지하던 작은 불씨가 어떤 조건을 만나 활활 타오르게 되는. 내 안에 있던 불씨도 이 책을 통해 좀 더 커진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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