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1일 토요일


춘천역사문화연구회에서 한달에 한번 진행하는 정기답사가 있는 날이었다. 수춘지에 나와 있는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는 여정으로 답사는 이루어졌다. 코스로는 봉황대-용담서사-별암(자라우)-송암리-문암 순으로 짜여졌다. 



차를 타고 중도선착장 부근으로 모였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움직이기에 앞서 오늘 코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있었다. 대부분 연구회 회원들이라 친숙하게 인사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경청했다. 코로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모인 사람들은 마스크는 쓰더라도 답사는 놓칠 수 없다는 눈빛을 보여줬다. 올해 첫 정기답사여서 그런지 몰라도 인원도 예상보다 많이 왔고, 다들 열의를 뿜어내고 있었다.




의암호를 따라 놓인 자전거길을 따라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날이 조금 흐리긴 해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대기상태도 좋아 답사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봉황대를 볼 수 있었다. 봉황대는 삼천동 중도 나루터 옆에 있는 작은 동산을 일컫는다. 의암호를 마주하고 있어 호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옛 지리지와 고지도, 각종 문헌에 춘천을 대표하는 명소로 소개되어 당대 문인들이 봉황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글로 남기기도 했다.


 

봉황대 근처에 팔각지붕의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정자에서는 봉황대의 모습을 제대로 조망할 수 없게 보였다. 뭔가 조화롭지 않은 모습도 느껴져 아쉬운 감이 있었다.



답사코스로 걷고 있는 의암호 자전거길은 그 자체로도 뛰어난 경치를 순간순간 만날 수 있었다. 걸어서도, 자전거를 타면서도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호수 한가운데서는 보트를 타고 노를 젓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뒤로 서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여러 크기의 고인돌이 떡하니 보존되어 있었다. 이렇게 걷다가 고인돌을 바로 보게 되다니!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한 선생님이 고인돌에 대한 설명을 하자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놓칠까봐 조바심 내는 학생들처럼 열심히 듣고 있었다.



 

고인돌을 지나 우리가 들린 곳은 모현재라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이 지역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집안의 위인들을 기리는 비를 모시고 있었다.




모현재 주변에는 봄을 알리는 산수유꽃 일부가 피어 우리를 반겼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예쁘게 피어있는 모습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내려오는 길에 우물터도 발견했다. 다들 마시지는 않고 보고만 있자 한 사람이 어떤 사람에게 이 물을 마시고 이틀 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알려달라고 짖궂게 얘기했다. 얘기를 들은 사람이 별 망설임없이 물을 마시고 얘기한 사람에게도 권하자 얘기를 꺼낸 사람은 멋쩍어하며 결국 우물을 한모금 마시고 함께 웃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답사는 산길로도 이어졌다. 산에서도 수춘지에서 언급한 장소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것이다.



다시 자전거길로 내려와 걷다가 의암호 스카이워크를 발견했다. 스카이워크로는 소양강에 이어 두번째. 소양강 스카이워크에 비해 규모 면에서는 단촐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여파로 다리 전체가 봉인돼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아래쪽을 보니 네모모양의 널찍한 돌에 막대형태의 돌이 기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이런 돌들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미 사람들은 훌쩍 앞서간 뒤라 궁금증을 안은채 지나쳤다. 뒤쪽에서 주로 걷다보니 중간중간 이루어지는 설명을 놓칠 때가 많았는데 이번 건 좀 아쉬웠다(나중에는 까먹어 결국 물어보지도 못했다).



이제 길은 도로로 이어졌다. 꽤 걸었음에도 다들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부지런히 답사길을 이어갔다.



도로로 접어든 지 얼마되지 않아 김유정 문인비를 보게 되었다. 춘천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김유정을 기리는 비에 다들 모여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비석에 적혀 있는 글도 자세히 살펴보면서 호기심 어린 기색들을 감추지 못했다. 




김유정 문인비 근처에는 독특한 모양의 돌도 하나 놓여져 있었다.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구석기 때 사용했던 주먹찍개를 크게 확대했다면 이런 모양이지 않았을까?



돌 뒤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길과 의암호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근처에 세워진 인어상 하나는 의암호와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해내고 있었다.




의암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댐 근처에 도착하자 서면 방면으로 이어져있는 다리가 인상적으로 놓여 있었다. 그곳이 오늘 답사의 마무리 지점이었다.




답사길의 종점에 다산길을 표시한 팻말이 보였다. 알고 보니 우리가 오늘 답사를 한 코스가 다산길 3구간의 일부를 걸은 것이기도 했다. 다산길은 정약용 선생이 춘천 답사길을 정리한 것인데, 그 중 한 구간인 이곳을 지나면서 선생은 춘천의 관문인 문암을 보고 이렇게 기록했다고 한다.


"배가 석문(문암) 밑을 지날 때 암벽을 쳐다보니 그 기괴하게 높이 선 것이 마치 사람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해서 춘천역사문화연구회의 올해 첫 정기답사이자 수춘지 명소 답사는 마무리되었다. 의암호를 따라 절경도 감상하고 곳곳에 남겨져 있는 춘천의 속살을 살펴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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