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떠나는 첫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위해 떠나는 여정은 그런 의미도 있었다.

 

지금까지 가본 외국은 2007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지인과 떠났던 홍콩 그리고 2014년 여름에 동북아 역사대정정으로 다녀온 중국의 동북3성(이곳은 역사적인 이유 때문인지 외국이라는 생각은 잘 안 들었다), 이렇게 두 곳이다. 그리고 2017년 가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기 위해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여행준비의 시작은 늘 비행기 예약부터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고싶다는 생각만 계속 하다가 이대로는 못가겠다 싶어 비행기 예약부터 했다. 출발 2주 전의 일이었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을 때는 준비되는 게 없었는데 막상 비행기 예약을 마치고 나니 그때부터는 준비가 일사천리였다. 주위에 가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을 뒤지며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필요한 준비물들을 하나씩 갖춰 갔다. 가장 중요한 물품 중 하나인 등산화의 경우, 멀리 종로까지 오가며 여러 제품을 따져보고 신중을 기했다. 결국은 집 근처에서 구하긴 했지만. 그래도 준비하면서 알아보고 내게 필요한 물품들을 고르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공부였다.

 

 

파리로 떠나는 당일. 인천공항은 이른 시간부터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수많은 인파를 보니 떠난다는 실감이 났다. 나는 40리터 배낭 하나로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했다. 인천공항에서는 나처럼 배낭을 배고 다니는 사람은 찾기 드물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순례자는 나뿐인 걸까.

 

인천공항
인천공항에서 출국 준비 중

 

출발시간이 다가왔고, 나를 태우고 유럽으로 데려다 줄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에는 수많은 항공사의 비행기들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내가 탄 비행기는 'BRITISH AIRLINE'. 보통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 직항은 비싸니까 1번 경유하는 비행기을 많이 탄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기는 하지만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BRITISH AIRLINE'은 영국을 경유하는 파리행 비행기였다. 급할 게 없던 나는 오히려 영국도 가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유럽에서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했고.

 

BRITISH-AIRLINE
BRITISH AIRLINE

 

수많은 사람들을 태운 거대한 비행기는 이윽고 이륙하여 푸른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기내식을 먹고 영화와 음악 등을 감상하면서 비행시간을 즐기려 했지만 영국까지의 12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시간이 지나도 잠은 잘 안오고(잘 못잤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더구나 앞뒤로 공간을 조여오는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좁은 좌석에 앉아 잘 움직이지도 못한 채 가야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비지니스석을 타는 건가...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착륙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 뒤 비행기는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뭐든지 첫 경험은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드디어 영국의 공기를 마셔보게 되는구나 하는기대를 안고 공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환승을 위해 잠시 들린 공항은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창 밖으로 보이는 건 비행기와 활주로 뿐. 기대감은 날라갔지만 수많은 외국인들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이 이방인처럼 느껴져 또다른 설렘으로 다가왔다. 

 

런던-히드로-공항
런던-히드로-공항
런던 히드로 공항

 

잠깐 공항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다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매장 안에 있는 셀프계산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셀프계산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점원보다 셀프계산대가 더 많았고 사람들이 줄지어 이용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영국은 역시 뭔가 다른 것 같은 느낌(나도 모르게 영국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걸까).

 

 

곧 파리로 출발할 시간이 되어 갈아탄 비행기는 영국까지 타고 온 비행기에 비하면 규모가 많이 작아졌다. 좌석도 좁아 아까 타고 올 때보다도 불편했지만 다행히 1시간 남짓한 비행 끝에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파리는 늦은 밤시간이였다. 긴 비행으로 피곤한 마음에 빨리 예약해 둔 숙소로 가고 싶었지만 길게 늘어선 수속대기줄을 보고 그냥 천천히 가자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수속을 마치고 나와 지하철을 타러 갔다. 피곤했음에도 외국의 지하철을 타본다는 마음에 들뜨기도 했다(개인적으로 지하철 이용을 좋아한다). 

 

파리의 지하철은 한국의 지하철과는 내부구조가 많이 달랐다. 버스처럼 앞을 보고 갈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을 보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지하철 문도 한국은 자동으로 열고 닫히는데 여기는 직접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아직 내릴 역이 아니었지만 눌러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이 안 내릴때 짐짓 문 앞으로가 버튼을 눌러보기도 했다. 

 

파리-지하철
파리-지하철
파리 지하철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낯선 외국의 텅빈 지하철, 홀로 컴컴한 어둠이 내린 밖을 보며 가는 기분은 묘했다.

 

드디어 내릴 역에 도착했다. 타는 건 쉬웠는데 출구를 찾는 게 헷갈렸다. 모를 땐 묻는 게 최선이 아니던가. 왠지 영어를 할 줄 알 것 같은 한 청년에게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물었다. 그는 직접 옆에서 동행하며 출구까지 데려다주었다. 메르시! 인사만큼은 프랑스말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생각보다 찾기 쉬웠고 벨을 누르니 한국인 아주머니가 나왔다. 

 

'올리비에 하우스'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숙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파리 도심의 한 아파트였다. 그곳은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파리에 머물때 이용하는 곳이였다. 오늘 머무는 사람이 나 혼자라고 했다. 이것저것 유의사항을 알려준 아주머니는 내일 아침 식사할 때 보자고 얘기하며 방을 안내해주고 나갔다. 머물 방은 생각보다 아담하면서 또 예뻤다. 좀 더 살펴보고 싶었으나 이미 피곤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기에 얼른 씻고 내일을 기약하며 잠을 청했다. 

 

파리-올리비에-하우스
올리비에 하우스

 

유럽으로 건너온 첫날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