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로나의 공립 알베르게는 공간도 넓고 시설도 괜찮았으나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안 좋은 게 있어 뒷맛이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직 체크아웃 전이었는데 미리부터 청소하는 사람이 왔다갔다하며 정리를 해서 더 머무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공간에 대한 인상은 시설이 어떤가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배낭을 맡기기보다 그냥 들고 다니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바로 숙소를 나와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8시가 막 넘은 시간이라 날은 쌀쌀했고 주위에 문을 연 카페나 바도 아직 없어 광장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카페 이루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팜플로나에-있는-카페-이루냐-입구입니다

 

이루냐는 팜플로나에서 유명한 카페인데요. 헤밍웨이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이 카페는 실제로 작가가 자주 들러 애용하던 곳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스토리는 좋은 마켓팅이 된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고 그런 곳이 있다고 하니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9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시간 맞춰서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카페 내부는 꽤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고 고풍스러운 느낌도 있어 머물고 싶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커피를 잘 마시지는 않지만 왠지 이런 곳에서는 커피가 어울리는 것 같아 간단한 음식과 함께 커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카페 이루냐 안에는 실제 사이즈의 헤밍웨이 동상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카페-이루냐-내부-모습입니다

 

카페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 앞을 서성거리던 한 여성이 있었는데 한국인 같이 보였고, 그녀도 카페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중에 얘기를 건네 보니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반가워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그녀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냉동 빠에야 제품을 선물로 주었고, 나중에 숙소에서 맛잇게 먹기도 했네요.

 

그렇게 카페 이루냐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숙소를 팜플로나에서 다시 잡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팜플로나에서 숙박을 했을 때 거의 지나치다시피 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이곳을 즐기고 싶어 하루 더 머무르기도 한 것이죠. 미리 봐 둔 숙소 중에서 두번째로 들린 곳이 호스트도 친절하고 느낌이 좋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식사를 하고 졸음이 느껴져 잠시 누워있으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본격적인 구경을 하러 숙소를 나섰습니다. 처음에 팜플로나로 들어왔던 성벽 주변으로 도시를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를 사 먹으면서 볼거리를 구경하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이날 가본 곳 중 가장 좋았던 곳은 팜플로나 요새였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이곳은 옛 성곽 안에 기념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어 눈을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팜플로나-요새에서-바라본-풍경입니다

 

공원 근처에 지하철역으로 보이는 곳이 있길래 한번 내려가보니 버스터미널이었고, 그곳도 잠시 구경을 했습니다. 그곳 한 쪽에는 사람 얼굴의 석상이 하나 놓여져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손금을 봐 주는 기계였습니다. 그런 게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버스터미널에 손금 봐주는 기계가 있으니 재밌기도 했습니다.

 

팜플로나에서-본-사람-얼굴의-손금봐주는-기계입니다

 

도시 곳곳을 둘러보다 백화점으로 보이는 큰 건물도 구경을 했는데요. 그즈음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패딩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 스포츠용품 코너에 괜찮은 옷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데카트론에서 옷을 사려고 했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데카트론에 들러 마음에 드는 패딩을 발견했는데 맞는 사이즈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난감해하다가 백화점에서 봤던 패딩이 생각이 났고, 그렇게 다시 들러 패딩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곳에 들리지 않았다면 패딩을 사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구입까지 연결된 것을 보면 그곳을 들리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느끼기도 했네요.

 

어느덧 어둠이 깔리고 추워지기 시작하여 숙소로 곧 돌아왔습니다. 사온 음식들을 먹으면서 원래는 숙소에서 쭉 쉬려고 했는데 좁은 거실에 사람들이 몰려 나와 있었고 시끄럽기도 해서 거기 있기보다 나가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날이 추웠지만 새로 산 패딩이 톡톡히 그 값을 했고, 그렇게 주변을 걸으면서 산책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나온 건 잘한 일이었습니다. 팜플로나의 밤 풍경은 낮과는 또 달랐고, 불빛과 어우러진 곳곳의 성곽 모습도 아름다웠습니다. 낮에 잠깐 보았던 독특한 엘레베이터도 타 보았는데 놀이기구 같은 느낌도 들어 재밌기도 했습니다. 이 시간에 이렇게 나왔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역시 움직여야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낮부터 밤까지 팜플로나를 마음껏 즐기면서 지난 번에 제대로 못 본 아쉬움을 깨끗히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팜플로나의-야경입니다

 

숙소로 돌아갔을 때 와이파이가 잡히지가 않았는데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예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건 잘 이해가 되지는 않더군요. 게다가 공간이 좁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공기도 탁하고 소리도 크게 들리는 것을 보고 이런 곳은 앞으로 걸러야겠다 싶었습니다.

 

숙소는 개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사립 알베르게의 경우 공간이 좁은 곳이 많고 그런 경우 머물기에 불편한 부분들이 많을 수 있으니 숙소를 정할 때 잘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숙소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으나 팜플로나를 하루 동안 제대로 즐기고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나중에 순례길에 있는 다른 대도시들도 들리게 되는데,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곳이 이곳 팜플로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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