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책 리뷰. 이 책을 알게 됐을 무렵만 해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아는 사람이 있는 독서모임에 잠깐 나갔다가 접하게 된 책이 「일상기술연구소였다. 제목만 봤을 때는 그렇게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혼자 골랐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었지만 함께 읽기로 한 책이어서 일단은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관심가는 부분을 골라서 읽었다. 그러다 다른 내용이 궁금해져서 읽었다. 그리고 빌린 책이라 마감기한이 있었던 것도 책을 읽는데 속도를 내게 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런 독서였다.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읽지 않을 확률이 높은 책이였는데... 그러고 보면 책을 선정하는 것도 함께의 가치가 빛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기술연구소는 부제에서 좀 더 그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들을 각 분야별로 소개했다. 크게 일상생활의 기술과 독립생활의 기술로 파트를 나눴다. 일상생활의 기술로는 '돈 관리의 기술', '일 벌이기의 기술', '배우고 가르치는 기술', '함께 살기의 기술', '손으로 만드는 기술', 축적과 정리의 기술', '생활 체력의 기술'이 들어갔다. 독립생활의 기술에는 '나만의 작은 가게 꾸리기', '프리랜서로 먹고 살기', '새로운 방식의 무리 짓기'가 선정되었다. 주제는 다르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일상을 살아가는 데 밀접하고 유용한 기술들이었다.

 

 

아무래도 현재의 내 상황과 관련성이 높은 주제에 관심이 더 가서 먼저 읽게 되었는데, 오히려 좀 더 주목을 끈 내용은 추가적으로 읽게 된 부분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손으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당장 무언가를 만들지 않더라도 일상의 어떤 순간에 내가 몸에 힘을 빼고 있는지 찾아본다. 그리고 그때 어떤 느낌을 받는지 확인해본다. 이렇게 하면서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는 손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 내용은 일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느꼈다. 이렇듯 주제는 다르지만 각 기술들은 일상이라는 범위 안에서 모두 접점을 가지고 있고 또 연결될 수 있는 성질을 띠고 있었다.

 

각 기술들을 살펴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이 있었다. 어떤 기술이든지 간에 그것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조건에 관한 것인데,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는 것. 일상기술연구소에서 소개한 기술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 한번쯤은 고민해봤음직한 것들이다. 그래서 친숙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기술들을 익혀나가는 데에는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술이어도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다 정확히 알수록 자기만의 기준을 세워 기술을 적절하게 사용해나갈 수 있다.

 

막연히 기술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누군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지속되기 힘들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여기에 소개된 기술들의 활용법은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말은 짧지만 그 안에 농도 깊은 지혜가 녹아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 해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여기에 소개된 일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들은 각자가 관심을 가지고 시작을 해야 의미가 생긴다. 읽는 것만으로는 단순한 지식만 쌓는 것일 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일상기술연구소에서 준비한 기술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일단 관심 가는 기술부터 살펴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그 순간부터 작은 실천을 시작해보는 것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처럼 여기에 잘 어울리는 말도 없어 보인다. 

 

책을 읽고 난 다음 잘 읽었다 끝내기보다는 보았던 기술 중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면 딱 하나만 골라보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정도와 시간을 정해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그 기술이 그만큼 그대들을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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