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잼유이칸
성가대에서 부를 법한 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아침 7시가 되자 방불이 켜졌다. 이미 일어나 있던 상태였는지라 잘됐다 싶어 씻고 나서 빨래를 걷으러 갔는데 일출 무렵의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주방은 벌써부터 시끌벅적. 아침 먹을 생각은 없어서 바로 방으로 들어가 준비를 마치고 나오니 7시 40분. 오랜만에 7시대에 숙소를 나선 것이었다. 어제 아스토르가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침에 아스토르가를 충분히 즐기고 갈 생각이었다. 급경사진 곳을 서서히 내려가며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하늘을 감상하고 로마성벽이 남아있는 길로 천천히 걸어갔다. 성벽은 길게 이어져 있었고, 대성당이 있는 곳으로 갈수록 점점 규모가 커졌다. 중간에 허물어져 이그러진 형태도 보였는데, 그것도 나름의 멋으로 느껴졌다. 저런 모습들이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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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순례길의 출발 역시 도로길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레온 전후해서 계속 도로와 함께 가는 길이라 얼른 벗어나고 싶었지만 금방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아침부터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다. 순례길 들어 두번째 안개낀 아침을 맞았다. 안개가 상쾌하게 느껴졌고, 안개가 뿌옇게 도로를 가려주어 걷기에는 좋았다. 오래지 않아 안개가 걷히고 파아란 하늘이 나타났다. 도로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고, 고속도로 위를 빠르게 차들이 지나다닐 때 가끔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맑게 드러난 풍경을 보며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도로 옆을 걷는 도중 오솔길 비슷하게 나 있는 곳이 있어서 그 구간을 걷게 됐다. 길지는 않았지만 잠시나마 사막 속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도로를 걷다 보니 도로에 거리를 표시한 게 보였는데,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