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잼유이칸
산티아고로 가는 날이 밝았다.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산티아고를 앞두고 들뜬 기색들이 역력했다. 산티아고까지 가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순례길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남달랐다. 마을을 나와 처음 마주친 것은 숲길이였다. 눈 앞에 보이는 숲은 캄캄했다. 아침부터 안개가 끼어서 더욱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빛이 들어올 공간이 별로 없어 보였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마치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듯 했다. 중간중간 숲이 갈라지는 구간에서도 짙은 안개로 인해 눈 앞의 거리만 볼 수 있었다. 주변의 풍경을 선명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안개에 휩싸인 숲의 모습이 신비롭기도 하고 나름의 운치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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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였다. 오늘보다 더 걸은 적도 있었지만 보통 길을 잘못 들거나 착오에 의한 것이었는데, 오늘은 계획대로 간 거여서 걸은 만큼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리고 이번 길은 숲의 연속이었다. 마을도 많았지만 숲길이 가장 기억에 남고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들이 계속 이어져 목이 뒤로 넘어갈 듯 본 시간도 많았다. 멜리데에서 까미노로 나가는 길은 느낌이 좋았다. 출구에서 바로 숲길로 이어지는데, 그게 끝까지 이어질 줄이야... 막 마을을 빠져나갈 때 앞에 가는 순례자가 있었다. 천천히 걷던 그는 숲에서 뭔가를 유심히 보는 것인지 이따금 멈추기도 하고 그랬다. 나 역시 숲의 느낌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어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주 마주치게 되고 동선이 겹치는 게 조금은 신경이 쓰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