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했던 청평사 가는 길. 차를 가지고 있는 지인 찬스로 배를 타는 선착장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청평사로 가려면 차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버스를 타고 소양댐이 있는 곳까지 간 후 거기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면 된다. 내려서 찬찬히 걸어가다보면 어느새 청평사를 만날 수 있다.


이날 미세먼지가 점차 덮쳐온다는 예보를 들어 내심 걱정스런 마음이 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청평사를 보고 싶은데 뿌연 대기에서 희미하게 보게 된다면 느낌이 반감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쾌청한 날씨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날이 맑은 편이어서 둘러보는 데 큰 지장은 없을 듯 보였다. 



소양댐에서 배를 타기 위해 이동하던 중 소양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 나왔는데, 와우~ 소양강 위로 물안개가 마치 드라이아이스가 퍼지는 것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게 아닌가! 첫 배를 타기 위해 오전 일찍 갔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런 물안개를 언제 봤을까 싶었을 정도로 신비스러운 장관이었다. 물 위에 배만 띄어놓으면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일 터였다.




청평사로 가는 배에는 평일이기도 하고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어 한적했다. 그러한 한적함이 물안개 피어오르는 소양강의 풍경과도 잘 어울렸다.



배에서 내려 청평사를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곳곳에 전날 내린 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매표소를 지난지 얼마 안돼 한 동상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공주설화를 담고 있는 조형물이었다.

 



이어 거북이 형상을 띈 거북바위를 지나 물이 아래로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구송폭포였다.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았지만 단정하면서도 녹색 빛깔을 띠며 흘러내리는 물의 자태가 아름다웠다.

 



청평사에 다가서면서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은 것은 사찰이 아닌 진락공 이자현의 부도였다. 이자현은 고려시대에 37년간 청평사에 머물면서 청평사 주변 계곡에 암자와 정자, 연못 등을 조성한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의 부도를 청평사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게 자못 의미가 있어 보였다.



청평사 들어가는 길목에 조성된 다양한 조형물들을 지나자 곧 계단을 마주치게 됐고, 그곳을 오르니 청평사의 전경이 한 눈에 펼쳐졌다.



청평사에 들어가려면 가장 먼저 지나가게 되는 곳이 회전문이다. 보물 제 164호로 지정된 이 문은 중생들이 윤회전생(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생명이 있는 것은 죽어도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하는 불교사상)을 깨우치기 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불교의 경전을 두었던 윤장대를 돌린다는 의미에서 그 이름이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을 지나자 공주에게 붙어 있던 상사뱀이 운회를 벗어나 해탈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회전문을 지나 머리가 닿을락말락한 공간을 지나면 불자들이 소원을 빌기 위해 달아 놓은 연등행렬을 볼 수 있다. 절의 구조물과 조화롭게 구성되어 마치 기획된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곳을 통과하면 대웅전과 절의 주요 건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날 눈이 와서 지붕 처마에 고드름이 나란히 달린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평사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내려가는 길에 올라올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석탑이 눈에 띄었다.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보니 3미터가 조금 넘는 삼층석탑이 암반 위에 우뚝 서 있었다. 탑은 대체로 법당 앞에 세우는데, 이 탑은 절 주변 산의 암반 위에 세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중국 당나라의 평양공주가 몸에 붙었던 상사뱀을 청평사에 와서 떼어내게 되자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이 탑을 세웠다는 공주설화가 전하고 있어서 공주탑이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석탑까지 살펴보고 왔던 길로 내려가면서 매표소를 지나갈 때였다. 사실 청평사에 오면 이자현 세수터라는 곳을 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디있는지 알지 못해 매표소에 있는 직원에게 물었다. 그러나 직원은 그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렇게 청평사를 떠나 배를 타고 처음 도착했던 소양댐으로 돌아오면서 청평사 여정은 끝이 났다.



비록 이자현 세수터를 보지는 못했지만 청평사는 내게 무척이나 기분 좋게 다가왔다. 오전에 소양강의 물안개를 볼 수 있었던 것부터 시작하여 청평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이 상쾌하면서도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듯 했다. 춘천에 들릴 일이 있다면 청평사에 한번쯤은 들러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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