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의 어느 날. 날씨는 무척이나 추웠고 낮에도 바람은 칼같이 매섭게 불어왔다. 그래도 하늘은 파랗게 맑아 기분만은 상쾌했다. 오후 3시, 구도심 투어를 떠나기 위해 우리는 명동의 한 빵집 앞에서 모였다. 안내자 외에 모인 이들이 다 아는 사람들이라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반갑기도 했다. 오늘의 안내자는 춘천살이 13년 차의 리카. 춘천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구도심 투어는 시작됐다.


춘천이라는 지명에 대한 유래부터 어떻게 도시가 변해왔는지 그는 가져온 파일을 넘겨가며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추운 날씨에도 장갑 하나 끼지 않고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그의 모습에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 이야기들이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현재의 춘천역 인근 부지가 옛날 미군 부대가 있던 캠프 페이지였다는 얘기는 기억에 남는다).



기본적인 설명이 끝나고 처음 들른 곳은 명동길. 쭉 걸어가다가 멈춘 곳에는 겨울연가의 두 주인공 준상(배용준)과 유진(최지우)의 동상이 서 있었다. 이런 곳에 동상이 있었다니! 역시 알아야 보이는 법이다.



다음으로 간 곳은 중앙시장. 명동길과 바로 이어져 있다. 사실 이곳을 세부적으로 살펴본 적은 없었는데, 안내자의 소개로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니 곳곳에 벽화라던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래된 골목 사이로 스토리가 담긴 다양한 볼거리들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한 블록 옆에는 시장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식당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다음에 꼭 다시 한번 와봐야지 하고 생각하며 다음 장소로 발길을 돌렸다.



시장을 빠져나온 우리는 한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양말과 솜을 이용하여 눈사람을 만드는 공방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만들기 시간! 따뜻한 실내에서 만들기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갔다. 얼마 만에 해본지 잘 기억도 안나는 바느질도 해보고. 만들다 보니 좀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마무리를 좀 급하게 하느라 만든 게 썩 마음에 차지는 않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니 애정이 갔다. 만든 눈사람들을 함께 진열해 놓으니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공방 체험을 하고 몸도 녹이고 나서 육림고개로 향했다. 주변에 있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둘러보면서 우리는 약사천으로 이동했다.



약사천을 걸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 전에는 주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 본 게 전부였는데. 겨울이고 날마저 추우니 약사천 주변은 다소 황량한 느낌도 있었지만 파란 하늘 아래 걷기에는 좋았다. 물길이 흐르는 어느 지점에 웬 염소 비슷한 게 나타났는데, 알고 보니 모형으로 전시해 둔 것이었다(좀 쌩뚱맞긴 했는데... 무슨 의도일까?).



약사천을 걷다가 예쁘게 생긴 기와집에 다다랐을 때였다. 집 앞에 벤치처럼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모양이 좀 독특했다. 안내자가 가까이 다가가 그곳에 있는 장치로 뭔가를 연결하는가 싶더니 와서 의자에 앉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양 쪽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그렇게 누구든지 와서 휴대폰을 연결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놓은 곳이었다. 걷다가 야외에 앉아 음악을 듣게 되니 신선하기도 하고 기분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좀 더 따뜻할 때 오면 더 좋을 만한 곳이었다.



약사천을 지나 골목길로 올라가는 길에 벽화들이 그려져 있는 게 보였다. 단순한 그림에서부터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려진 것도 있었다. 다양한 소재의 그림이 이어지면서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야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고인물이라는 한 카페로 들어가게 됐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대체로 옛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달달한 수플레와 함께 다른 사람이 주문한 것과 동일한 커피를 시켜봤는데 부드러운 크림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같이 가면 이런 점이 좋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을 선택해보는 것. 아는 사람들끼리 다니다보니 편하게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안내자 리카의 상세한 안내 그리고 함께 한 사람들로 인해 비록 날은 추웠지만 2시간 여의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좀 더 궁금한 곳들은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춘천의 속살을 잘 들여다보리라 생각하며 구도심 투어는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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