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일 월요일


춘천 용화산 안에 남아 있는 법화사지에 대한 사전조사가 있는 날이었다. 춘천역사문화연구회 맴버들과 차량을 타고 용화산 자연휴양림까지 들어간 다음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올라갔다.


그 길에 우리가 처음으로 만난 것은 어느 성씨 일파의 가족묘였다. 그리고 그 밑에는 제사를 지내기 위한 받침돌과 함께 문인석이 있었다.




문인석은 무덤에 돌로 인물상을 만들어 세운 것으로, 무덤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문관의 모습을 하면 문인석, 무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무인석이라 불린다. 이러한 문인석이 양 쪽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문인석을 지나 산길을 한참 가다가 계곡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발견했다. 작은 폭포라고도 불릴 법한 거센 물줄기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계속 길을 걷다가 바윗덩어리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그 중 한 바위 위에 돌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보니 바위 위에 돌이 여러겹으로 쌓아올려져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평면도 아니고 비스듬히 경사진 곳에 여러 개의 돌을 균형 있게 쌓아올린 것에 다들 감탄해 마지 않았다. 미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 쌓은 거라며 모두 쉽게 눈을 떼지 못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나뭇잎이 젖어 있었고 흙과 돌도 물기가 남아 있어 미끄러운 구간이 많았다. 조심스럽게 산넘고 물건너 길을 이어갔다. 적지 않은 나이대의 분들이 많았는데도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다들 큰 무리없이 이동해 나갔다.





법화사지에 다다르기 전 큰 암석 하나가 등장했다. 딱 보니 사자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도 있겠으나 자연적으로 거대한 동물의 얼굴형상이 위엄 있게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이윽고 우리는 법화사지터에 도착했다. 옛 절터는 언뜻 보면 그 모습을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형태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같이 간 회원들은 달랐다. 여기저기 드러나 있는 판석과 돌조각 등을 발견하고 살펴보면서 각각의 돌들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흙과 이끼로 뒤덮인 옛 절터의 조각들을 도구를 이용해 털어내자 용도를 짐작할 수 있는 모양들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것은 좁은 범위의 면적에 국한되지 않았다. 멀리까지 건너가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절터의 흔적이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해냈다. 역시 오랫동안 연구하고 현장을 살펴본 사람들은 다르다 싶었다.






 


그렇게 법화사지터를 전체적으로 둘러보고 흔적들을 살펴본 후 답사는 마무리됐다. 돌아가는 길에는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잘생긴 바위들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이렇게 역사문화연구회의 올해 첫 일정은 법화사지 탐방을 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됐다. 아직은 봐도 잘 모르는 수준이지만 함께 다니면서 계속 듣고 살펴보고 공부하다보면 곧 유적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겠지. 


아직은 쌀쌀한 초봄 날씨에 춥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음 답사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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