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뇌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 회자가 많이 되고 있는 뇌과학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글은 아니다. 물론 뇌와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도 나오긴 하지만 일상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행동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하고 행복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로 인해 집중력을 빼앗기고 우울감도 쉽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건 사실 잠깐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어디를 가든 휴대폰을 자기 몸처럼 딱 손에 붙이고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장 밖으로 나가기만 해도 그런 모습들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그런 경향은 더 나타난다.
인터넷의 발달과 휴대전화의 일반적인 보급으로 인해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는 물론이고 전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얼마든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발달은 분명 많은 기회들을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면서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것보다 휴대전화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소통하는 것을 점점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방식은 사람들을 점점 외롭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의존이 심해질수록 사람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SNS의 역할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SNS가 사람들 간의 소통하는 도구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도 하지만 SNS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일상과 자신의 삶의 비교하면서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SNS를 멀리하거나 사용 시간을 줄이면 기분이 좋아지는(적어도 나아지는) 현상도 얘기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지만 뇌는 그러한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저자는 밝힌다. 뇌는 아직 수렵 채집인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건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SNS의 좋아요 등도 뇌의 도파민을 자극하여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해줄 뿐이다. 이러한 이유로 더 강한 자극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SNS에 더 몰두하는 모습도 보인다.
저자는 휴대전화나 SNS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처방을 내리고 있다. 핵심은 신체활동의 증가이다. 점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몸을 안 움직이게 되면서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에 노출되기 쉬워졌다. 따라서 다양한 운동을 비롯해 신체적으로 움직이는 활동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그러한 우울감은 몰아낼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요즘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었고 신체활동을 하는 시간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생활양식이 우울감을 발생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건 명백해 보인다.
몸을 움직이면 정신 능력은 더 잘 잘동하고, 우리는 더 집중할 수 있으며 기억을 더 잘하고 스트레스를 더 잘 견뎌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연구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증언한 결과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가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느꼈던 것은 그때는 디지털 기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고 신체적인 놀이와 활동을 많이 했으며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며 지냈다. 현재는 그때와 정반대의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으니 우울감을 자주 느끼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내가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생활하면 되는지 답도 이미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인스타 브레인
디지털 양식이 만연화된 세상 속에서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디지털 기기 사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디지털 기기가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디지털 기기를 어떻게 제대로 사용할 지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그 대안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