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머문 숙소는 지금까지 경험한 곳 중에서는 가장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공간이 좁긴 했지만 잠자리가 괜찮았고 체크아웃까지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전에 공항 노숙을 해서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네요.

 

이날은 마드리드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순례길 이후에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 이탈리아의 피렌체였습니다. 그래서 이곳만은 귀국 전에 꼭 한번 들리고 싶었고, 산티아고 이후 두번째 여행지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피렌체로 가는 비행편이 오후여서 오전에는 마드리드 시내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전날 노을 풍경이 끝내줬던 공원이 숙소 근처여서 체크아웃 전 잠시 올라가 차분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산책을 하고 도심으로 나섰습니다.

 

중간에 먹을 것을 구입하려 잠시 마트에 들렀는데요. 계산을 하고 뭔가 좀 이상해 영수증을 살펴보니 찍힌 물건 가격 중 추가적으로 찍힌 것이 보였습니다. 예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곧장 다시 마트로 가서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추가로 찍힌 금액은 완제품의 용기 가격이었고, 물건값에 포함이 되어 있지 않아 따로 부과가 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그런 식으로 가격을 받는 것은 사기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물건값에 적혀있는 걸 보고 구입을 하게 될 테니까요.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추가 금액이 크지도 않았고 그것 때문에 다시 물리는 것이 더 번거롭게 느껴져 그렇게 의문점만 풀고 나왔습니다. 대신 앞으로는 그런 것을 구입할 때 좀 더 생각을 하게 되겠지요.

 

마트를 나와 도심의 광장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번화했습니다. 사람들도 엄청 많은 것이 마치 한국의 명동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때는 외국의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거라 나름 즐기며 지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시벨레스 광장이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가기 위해 이번에는 공항 버스를 타기로 했는데, 버스를 이 광장에서 탈 수 있었습니다. 광장 주변을 잠시 구경한 뒤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공항 버스에 올랐습니다.

 

마드리드-공항으로-가는-버스입니다

 

원래 버스타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공항 버스 경험을 해보고 싶어 타고 가기로 했는데요. 좋은 점보다는 실망스러운 면이 컸습니다. 일단 버스 안이 사람들로 꽉 차 있어 앉지도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가야했습니다. 게다가 버스는 시내 한복판에서 차량 정체로 인해 한동안 거의 나아가지를 못했습니다.

 

버스 밖 풍경을 즐기며 공항을 가려던 기대도 무너지면서 얼른 버스가 공항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게 됐는데요. 다행히 도심을 벗어나면서 버스는 속력을 내기 시작했고, 내릴 무렵에는 잠시나마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힘겹게 공항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버스를 타는 것을 특별히 선호한다면 모르겠지만 이 경험을 통해 마드리드 시내에서 공항으로 갈 때는 지하철을 타는 것을 추천합니다.

 

곧장 타고 갈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로 이동했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잠시 시간이 있어 마트에서 샀던 음식을 먹기로 했는데요. 그때 함께 샀던 물과 탄산수를 보며 아차 싶었습니다. 통상 비행기를 탈 때 보안 검색대에서 음료는 반입이 안 된다는 게 생각이 난 것입니다.

 

산 음료를 다 먹고 가기에는 양이 많아 탄산수만 비우고 물은 혹시나 몰라 가방에 넣고 수속을 밟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검색대에서 물이 통과가 되지 않아 반납을 해야 했습니다. 아깝긴 했지만 그나마 비용이 많이 나가지 않은 물품인 것을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검색 과정에서 불쾌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검색대에서 신고 있던 등산화를 보더니 그걸 벗으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위를 보니 등산화나 부츠 같은 면적이 크고 무거운 신발은 벗게 해서 따로 검사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런 검사는 받아본 적이 없었고 마치 취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맨발로 긴 검색대를 걸어가야 했던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당연히 아무런 이상한 점도 나오지 않았고, 필요한 검사 과정이라면 적어도 협조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을 했습니다. 피렌체로 가는 비행에서 좋았던 점은 소요시간이 예정보다 덜 걸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타면서 연착되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어서 기분좋게 비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피렌체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밖은 이미 해가 지고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습니다. 숙소로 가는 방법은 미리 봐두었기 때문에 곧장 공항을 빠져나와 트램을 타러 갔습니다.

 

피렌체-공항에서-트램을-타러-가는-길입니다

 

참고로, 피렌체는 주요 교통수단이 트램이라고 할 정도로 그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공항에서도 나가자마자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서 트램을 탈 수 있습니다.

 

피렌체에-있는-트램입니다

 

또한 트램을 타기 위해서는 트램표 발급기에서 표를 구입해야 하는데,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트램에 승차하면 안에 노란 기계가 하나 있는데, 그 기계에 트램표를 넣으면 그날 날짜가 찍힙니다. 일종의 검수라 할 수 있는 이 과정을 거쳐야 표를 제대로 발급받은 것으로 인정됩니다.

 

트램표를-검수하는-노란-기계입니다

 

승무원이 트램표를 검사할 때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과정이 하나의 요식 행위로 보여집니다. 이날 트램을 타고 갈 때도 따로 검사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표를 구입하고 나서 기계에 검수를 하지 않았다고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고 나중에 찍을 수도 있으니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트램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피렌체의 밤거리를 헤치며 달렸고, 오래 되지 않아 내릴 역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지도를 보며 곧장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여기 숙소는 관리인이 원하면 주변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어서 그런 서비스가 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피렌체의 첫 인상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트램표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섰을 때 은근슬쩍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데 적혀 있던 가격과 다르게 찍히길래 그것을 얘기하니 계산하던 직원이 짜증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숙소는 호스텔의 도미토리였는데, 단층 침대가 놓여져 있어 좋은 것도 있었지만 나무 바닥이 조금만 힘주어 걸어도 많이 울려서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방 분위기도 조용해서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잠자기에는 좋았습니다.

 

마드리드에서 피렌체로 멀리 날아간 목적은 사실 이곳의 유명한 두오모 성당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다음날 성당을 볼 것을 기대하며 피렌체로 건너온 이날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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