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떠나 들리기로 한 첫 장소는 마드리드였습니다. 사실 이곳은 들릴지 말지 고민이 많았었는데요. 가본 적은 없었지만 딱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교통편을 고려했을 때 마드리드로 가는 게 유리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산티아고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이전에 포르투에 갈 때처럼 마드리드 가는 것도 기차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이번 순례길에 오래 머물렀던 산티아고와는 진짜 작별을 고하고 마드리드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스페인 내에서 도시 간 이동을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여행수단은 버스, 기차, 비행기 이렇게 크게 3가지입니다. 구간마다 이용가능한 수단이 다르고, 또한 어떤 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소요시간과 비용에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사전에 이동할 구간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수단을 정하는 게 좋습니다. 통상 미리 예약을 해 놓으면 좀 더 비용을 아낄 수 있기도 합니다.

 

기차가 저번 포르투 갈때처럼 연착을 해서 부아가 나기도 했지만 짜증내봐야 나만 손해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기차는 3시간 여를 달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도착했습니다.

 

마드리드-기차역입니다

 

큰 도시인 만큼 마드리드 기차역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인파를 헤치고 밖으로 나와 지도를 통해 마드리드 공항이 있는 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일단은 위치를 확인하고 공항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마드리드에 와서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공항 노숙이었습니다. 사전에 알아볼 때 마드리드 공항이 국제적인 곳이어서 규모도 크고 노숙하기에 좋다는 얘기를 볼 수 있었는데요. 다른 것보다 공항에서 노숙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덤으로 숙박비도 아낄 수 있었고요.

 

공항까지 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방향만 잡고 걸으면서 마드리드라는 도시를 눈으로 보며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걷는 게 제격이었죠.

 

하지만 걸어서 공항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습니다. 더구나 배낭까지 메고 있었으니 시간이 갈수록 몸은 점점 무거워져 갔습니다. 다행히 중간에 쉴 수 있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산티아고에서도 자주 애용했던 쇼핑몰이었습니다.

 

큰 규모의 쇼핑몰은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마트도 있고 쉴 수 있는 곳도 있기 때문에 여행 중의 유용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도 공항을 향해 가면서 몸이 힘들어질 때쯤 근처에 있는 쇼핑몰에 들렀습니다.

 

산티아고 등 순례길에 있는 대도시들에서 봤던 쇼핑몰이 이곳에도 있었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날 먹을 거리를 충분히 구입했습니다. 공항에 있는 음식점이나 상점들은 가격이 많이 비쌀 것이 예상됐고, 노숙까지 하기로 했으니 공항 도착 전에 필요한 것을 충분히 구비를 한 것이었죠.

 

마드리드에-있는-쇼핑몰입니다

 

원래는 쇼핑몰에서 쉬면서 음식도 먹으려고 했으나 날이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지만 깜깜해지기 전에 도착하고 싶었기에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부터 공항까지 거리도 가깝지가 않았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날은 저물고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어 가는 길을 제대로 살펴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갈림길이 나오는 순간이 왔습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아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길을 물었습니다. 그는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길 말고 다른 쪽이 맞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묻지 않고 그냥 갔으면 영락없이 깜깜한 밤길을 헤맬 뻔 했습니다. 역시 모를 때는 괜히 확신 없이 가는 것보다 현지인 등에게 물어보고 움직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걸어가야 했습니다. 공항 표지판은 나왔지만 들어가는 입구가 어디인지 확실치 않아 불안이 올라오려는 무렵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쪽에는 공항 방향으로 나 있는 건물 입구가 보였습니다.

 

그곳이 바로 걸어서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임을 알 수 있었고,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습니다. 입구를 지나 연결된 길을 걷다보니 공항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왔고, 그렇게 마드리드 공항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은 듣던대로 상당히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터미널만 4개를 가지고 있었고, 터미널 간에는 셔틀버스를 통해 무료로 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들어간 곳은 2터미널이었습니다. 저녁이 지난 시간이어서 그런지 분위기는 조용했고, 잠시 쉬면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노숙을 하려면 머물 만한 자리도 찾아봐야 해서 다른 터미널도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4터미널로 이동을 했습니다. 4터미널은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곳이었고, 규모도 크면서 시설이 딱 봐도 좋아보였습니다. 24시간 여는 맥도날드도 눈에 띄면서 이곳이 머물기에는 더 좋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만큼 사람들도 많이 모여 있었는데요.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니 쉴 만한 장소는 이미 다른 이들이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자가 있는 곳 말고 다른 장소에 머물러 보기도 했지만 오래 있을 곳은 아니라는 걸 곧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처음에 들어왔던 2터미널로 가보려고 셔틀버스를 타는 곳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버스를 타는 곳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줄 지어서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쉴 만한 장소가 나서 머무르고 있는데 이번엔 근처에 있던 한 사람이 계속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서 그곳도 오래 있지 못하고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마드리드에는 이틀 머물 예정이었고, 첫날 노숙을 해보고 괜찮으면 그 다음 날도 공항에 머물 생각도 있었는데요. 그렇게 큰 공항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게 되면서 이곳에서의 노숙은 딱 한번으로 충분함을 느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 머물 만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지만 이내 주변의 소음으로 깨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끝이 나지 않은 마드리드에서의 첫 날이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