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산티아고에 와서 머문 숙소의 다음날. 일찌감치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서는 사람과 새벽부터 깨서 왔다갔다하며 음식 냄새를 풍기는 사람 등 다양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분주한 방 분위기에 짐정리를 하고 배낭은 숙소에 맡겨둔 채 밖으로 나왔습니다.

 

볼 일을 마치고 배낭을 챙겨 몬테 도 고소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로 향했습니다. 전날 머문 숙소가 실망스러운 것도 있었고, 이곳은 산티아고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편한 느낌을 주었기에 다시 찾은 것입니다.

 

 

 

이날의 주요 일정은 이후의 교통편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산티아고를 떠날 때가 되었고, 알아보고 있었던 여행지에 대한 교통편을 확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두 곳의 여행지를 거쳐 출국하는 일정을 가성비를 고려하여 맞추려다 보니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던 것입니다.

 

나름 최선이라 생각하는 루트와 교통편을 정하긴 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노력이 과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가성비도 좋지만 거기에 너무 매몰되어 시간과 에너지를 과하게 쏟기보다 좀 더 마음을 편히 가지고 하고 싶은 경험에 투자를 한다는 자세를 갖는 게 좋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교통편 예약을 마치고 음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해가 지기 전에 산책을 나섰습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보게 될 산티아고의 풍경을 눈으로 한번 담아두고 싶기도 했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을 가르키고 있는 동상이 있는 언덕에 오르니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청명했던 하늘은 무지개빛 노을로 물들었고, 어둠이 찾아오기 직전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산티아고의-마지막-밤에-바라본-노을-풍경입니다

 

그렇게 산티아고의 마지막 밤을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하는가 싶었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는데요. 숙소로 돌아와 평소보다 피곤함을 느끼며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방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잘못 맡은 거라 생각을 했지만 그 냄새는 점점 강해졌고 그때 같은 방을 쓰던 외국인 남성이 들어왔습니다. 설마 싶었지만 담배 냄새로 가득한 방에 있기가 괴로웠기에 바로 일어나 나가보니 냄새는 화장실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계속 피웠던 것입니다.

 

바로 아까 방에 들어온 남자가 담배를 폈음을 직감했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그에게 실내에서 담배를 피면 어떡하냐고 얘기하니 그는 본인이 담배를 피지 않았다고 발뺌을 했습니다. 그에게서 담배 냄새가 나고 있었는데 이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화가 났습니다. 차라리 밖에 나가기 귀찮아 안에서 한번 폈다고 했으면 불편하긴 해도 가볍게 한마디 정도 하고 끝나고 말았을 텐데요.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는 숙소 안에서 담배피면 피해를 주는 거라고 강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도 찔리는 게 있었는지 알겠다고 하고 그렇게 상황은 마무리 됐습니다. 하지만 담배 냄새가 쉽게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방과 화장실 등 창문을 열 수 있는 데는 다 열어 한동안 환기를 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환기를 하는 동안 화나고 불쾌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며 숙소에 있던 휴게실에 앉아 졸음을 참아가며 냄새빠지기를 기다렸고, 한참 뒤에 방에 들어가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습니다. 잠도 못자고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낄 수도 있었지만 담배 피던 외국인에게 얘기를 확실히 얘기했으니 중간에 또 피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기 직전에 일어난 담배 사건은 안 벌어지면 좋았을 일이었는데요. 그렇지만 이미 벌어진 것에 대해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고 놓아버렸습니다. 대신 내일부터 새로운 곳에서 시작될 여행을 생각했고, 그렇게 산티아고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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