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일찍 일어나 숙소를 나섰습니다. 산티아고행 기차편이 이른 시간이어서 해가 뜨기도 전에 나오게 된 것인데요. 숙소에서 역까지 거리가 꽤 됐지만 도시의 아침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부드러운 기운마저 느껴졌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불빛이 비추고 있는 강물과 도시를 감상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경사가 상당히 높은 길을 올라가며 등산의 기분도 잠시 맛보기도 했습니다. 경사가 끝나니 마치 산 정상에 오른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은 일품이었습니다. 때마침 태양이 떠오르며 하늘에 아름다운 색조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높은-곳에서-바라본-포르투의-일출-장면

 

1시간 여의 시간을 걸어 기차역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포르투에 도착해서 밤에 보았던 역의 모습을 밝을 때 다시 보니 그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는데요. 역사의 규모도 생각보다 크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타고 갈 기차를 살펴보다가 미리 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주변을 구경한 후 올라탔습니다. 얼마 후 기차는 출발했고, 그렇게 포르투를 떠나 산티아고로 향했습니다.

 

포르투에 올때처럼 기차가 제시간보다 늦게 출발하는 것을 보고 여기는 원래 좀 그런가보다 싶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중간중간 빈자리가 있어 편하게 앉아 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중간에 비고에서 환승을 했는데, 대기 시간이 짧아 바로 렌페로 갈아탔습니다. 한결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끼며 오랜 만에 노트를 꺼내 필요한 내용을 적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찾은 산티아고는 화창했고, 한번 머물렀던 곳이어서 그런지 편안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우선 숙소부터 가기로 하고 별다른 고민없이 공립 알베르게로 향했습니다. 이곳에서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성비를 따졌을 때는 가장 좋았기 숙소였기 때문이었죠.

 

숙소에 도착해 안면이 있는 관리인과 반갑게 인사를 하는 건 좋았는데, 그가 체크인하면서 잔돈을 던져서 주는 것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편한 느낌에 그렇게 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좋게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그 부분에 대해 말을 했고, 그는 자신이 그렇게 한 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몹시 미안했는지 연신 사과를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날 숙소에서는 앞으로의 이동루트를 계획하면서 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고, 그 전에 가보고 싶은 곳과 그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편을 알아보았습니다. 가고 싶은 곳을 추리니 두 곳으로 정해졌는데, 각 장소별로 이동할 수단과 날짜를 조절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갔습니다. 대강의 루트는 짤 수 있었지만 바로 예약을 하기보다 좀 더 살펴보기로 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샤워를 하려고 했는데 비누를 다 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날도 추운데 비누를 사러 멀리 있는 쇼핑몰까지 가는 게 망설여졌지만 필요했기 때문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다가 도중에 작은 규모의 과일가게를 발견했고, 혹시 그곳에 비누도 팔지 않을까 싶지 않을까 싶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과일 매대를 지나 안쪽을 들여다보니 다양한 물건들이 보였고, 그 중에서 낱개로 놓여져 있는 비누를 발견하고 유레카를 속으로 외쳤습니다.

 

비누 하나에 그렇게 기쁜 마음이 들 줄은 몰랐는데요. 쇼핑몰에는 여러개로 묶어서 파는 비누밖에 없어 그것을 살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먼 길을 가지 않고 이렇게 딱 필요한 만큼의 비누를 근처 동네 가게에서 구입하게 되니 기분이 너무 좋았던 것이었죠. 가게 주인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이후의 이동편에 대해 살펴보다가 졸음이 찾아왔습니다. 결정은 자고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다시 돌아온 산티아고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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