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떠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산티아고의 공립 알베르게는 이른 시간부터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해 분주했습니다. 준비를 얼른 마치고 익숙해졌던 숙소를 홀가분하게 떠났습니다.

 

이날의 목적지는 포르투. 스페인과 인접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대도시 중 하나인데요. 예전 순례길에서는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고, 순례길을 마치고 사람들이 많이 들리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워낙 이 도시에 대한 예찬이 많아 산티아고 다음에 들릴 곳으로 정한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산티아고를 떠날 때처럼 이번에도 기차를 이용해서 가기로 했고, 기차 시간이 다 되었을 무렵 산티아고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출발 시간이 되었는데도 기차가 도착하지 않아 플랫폼을 제대로 찾아온 건가 불안한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는데요. 시간이 좀 더 지나 기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안심하면서 올라 탔습니다.

 

산티아고에서 포르투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했습니다. 처음에 탈 때도 그렇고 나중에 기차가 도착할 때도 시간이 연착된 것을 보면서 이쪽 나라들의 기차는 제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어떤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도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그런 인상이 강해졌습니다.

 

첫번째 탄 기차는 스페인 렌페였는데, 내부에 콘센트도 있고 승차감이 좋아 쾌적하게 갈 수 있었습니다. 반면 중간에 갈아탄 기차는 포르투갈에서 운행하는 것이었는데요. 생긴 것도 오래되었고 이동하면서 내부로 매연냄새가 강하게 들어오면서 불쾌한 느낌을 강하게 주었습니다. 밤열차여서 비어있는 자리가 많아 편하게 갈 수 있는 이점은 있었습니다.

 

중간에 환승을 한 곳은 스페인의 비고라는 도시였습니다. 환승 때문에 들렸고 대기 시간도 꽤 되었기 때문에 구경을 하게 된 곳이었는데, 이 곳이 뜻밖에 예상치 못한 선물이 되었습니다. 지도를 보니 바다에 인접해 있어서 무심코 그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는데 그렇게 다다른 바다의 풍경이 너무 멋졌던 것입니다. 이번 순례길에 와서 처음 보게 된 바다이기도 했습니다.

 

비고의-바다풍경입니다

 

환승하기 위한 대기시간이 길었던 것도 오히려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의 밤 풍경이 낭만적인 느낌을 선사해주면서 그 대기시간을 지루하지 않고 기분좋게 보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비고의-밤바다입니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포르투로 가는 두번째 기차에 올랐습니다. 그때 한가지 발견했던 것이 표에 나와 있는 기차의 총 소요시간을 봤을 때 도착시간이 안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표에 시간이 잘못 나온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산티아고와 포르투 사이에 시차가 있어서 그런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옆나라인데도 시차가 나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기차가 포르투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밤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와보는 곳에서 밤의 모습을 보니 낯설기도 했지만 그보다 도착한 역의 바깥 모습이 한국의 제천역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순간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중간에 환승한 비고에서도 바다가 있던 항구 모습이 목포랑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포르투-캄파냐-기차역입니다

 

낯선듯 낯설지 않은 묘한 느낌을 받으며 미리 찾아본 숙소로 향했습니다. 쌀쌀한 밤거리를 헤치며 주변이 어딘 줄로 모르고 그저 지도를 따라 가다가 숙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숙소는 원래 예약을 먼저 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늦은 시간이었지만 다행히 체크인이 가능했고 그 자리에서 예약을 하고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 숙소는 산티아고의 알베르게와는 느낌부터가 많이 달랐고, 주로 젊은 연령대의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산티아고를 떠났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그렇게 포르투에 온 것을 조금씩 느끼면서 이날 하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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