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순례길에서는 산티아고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었습니다. 한 도시 안에 있으면서 점차 동선이 반복되면서 여행이 일상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되었는데요. 주로 숙소와 관련된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한 도시에 계속 있다보니 숙소를 자주 옮겨다니는 것도 일이 되었고, 비용도 생각하다보니 공립 알베르게에 머무는 날이 많았습니다. 공립 알베르게는 사립과는 다르게 관리인이 따로 있고, 그들이 일정 주기로 교대를 하며 근무를 합니다. 그래서 같은 숙소라도 어떤 관리인을 만나는 가에 따라 머무는 느낌이 많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몬테 도 고소의 숙소는 2명의 관리인이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는데요. 한 사람은 친근한 태도를 보여주면서 숙소의 규율도 유연하게 적용하면서 편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반면 또 다른 사람은 딱딱하고 냉정한 모습을 보이며 빡빡하게 규율을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연히 전자의 관리인에게 좀 더 호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전자의 관리인이 근무할 때 숙소에 머무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숙소에 일찍 체크인해서 휴식을 취하려고 했습니다. 마침 그날은 호감이 가던 관리인이 근무를 서고 있어 잘 됐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숙소에 들어온 외부인과 함께 큰 소리로 한참 동안 떠들어댔고, 그로 인해 편히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인상이 좋지 않은 관리인이 근무를 설 때는 적어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죠. 결국 숙소 안에서 쉬는 것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좋게 생각했던 게 그렇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알베르게 숙소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아 혼자 독채처럼 쓰게 되는 행운이 생겼습니다. 이전 순례길에서도 그런 적이 있었고 그때 굉장히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죠. 여러 사람과 함께 묵을 때는 늘 귀마개를 끼고 잤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을 테니 잠에 들때 귀마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편안한 잠자리가 될 거라는 기대는 새벽에 발생한 일로 인해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 숙소에 순찰을 돌던 사람이 현관문을 시끄럽게 쾅 닫고 들어오는 바람에 잠에서 깬 것입니다. 그로 인해 한동안 잠에 들지 못했고 결국 그날은 평소보다도 더 잠을 못자고 말았습니다.

 

한편, 레스토랑에서 생긴 일도 있었습니다. 레스토랑의 식사권을 손쉽게 얻어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 숙소에서 봤던 안 좋은 인상의 외국인이 한 명 끼어 있었습니다. 식사권을 받을 때 그도 받는 것을 보았고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안했던 예감은 현실로 나타났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던 도중에 갑자기 그가 끼어들어 나에게 공격적으로 볼멘소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본인과 상관도 없고 주제 넘는 말을 다른 사람들도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함부로 함으로 인해 굉장히 거북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산티아고에 머물면서 심심치 않게 일어났는데요. 이를 통해 언뜻 좋다고 보이는 일들이 나중에 가서 혹은 결과적으로 안 좋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행운처럼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게 아니라 오히려 뭔가 댓가 없이 좋아보이는 일이 생겼을 때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기는 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무심코 산 아이스크림이 맛이 너무 좋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가격에 이런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기쁨과 감사함를 느끼기도 했지요. 하지만 빈도 수로 보자면 이런 일은 드물었습니다.

 

산티아고에서-먹은-가성비-좋은-아이스크림입니다

 

그러고 보면 안 좋은 일은 방심할 때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약간은 떠돌아다니는 느낌으로 지낼 때 이런 일이 유독 발생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일들을 통해 세상에는 그냥 주어지는 건 없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의도한 게 아니라 하더라도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결과물을 얻는 게 마음도 편하고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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