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도착한 이후로 계속 내리던 비가 이날부터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오전까지 흐린 날씨가 계속되다가 점점 날이 개면서 오후부터는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날은 점심 약속이 있었습니다. 프랑스길의 첫 시작점인 생장 숙소에서 만났던 대만 친구와 간간이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그가 이날 산티아고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날 듣고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던 것입니다. 그와 점심 약속 시간을 정하지는 않아 그로부터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릴 겸 가보고 싶었던 백화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백화점은 이전 대도시들에서도 한번씩은 봤던 곳이었는데, 산티아고에도 있길래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다소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이곳은 이전에 봤던 곳들보다 규모도 크고 색다른 느낌을 주었고, 안에 큰 마트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배낭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서 먼 길을 걸어온 내게 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

 

산티아고-백화점-모습입니다

 

외국의 백화점에서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활보를 하고 다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졌음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친구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대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그곳을 떠났습니다.

 

대성당 앞 광장 한 편에 있던 친구를 발견하고 반갑게 재회를 했습니다. 그는 이미 한 잔을 했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살짝 걱정이 되서 많이 마셨냐고 물어보니 조금 마셨는데 얼굴이 금방 빨개지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근처에 있던 바로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맥주 한 잔과 함께 먹을 것을 시키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순례길을 걸어서 완주를 했는데, 매우 빨리 걷는 스타일이어서 간간이 소식을 들었을 때 금방 산티아고에 도착할 것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식사하면서 길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곧바로 얘기가 통하지 않기도 해서 번역기도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소통을 하는 게 재밌기도 했습니다.

 

산티아고-성당-근처-바에서-친구와-함께-먹은-식사입니다

 

그렇게 함께 이야기를 마치고 서로 각자의 나라에 오면 연락하기로 기약을 하며 헤어졌습니다. 식사 비용이 그동안 썼던 것에 비해 많이 나왔는데, 순례길에서 만난 친구와 이렇게 다시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도 충분히 값진 일이었기에 그 정도 금액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친구와의 만남이 길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산티아고에서 다시 만나며 시간을 보낸 것 자체가 소중한 인연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산책할 겸 성당 주변을 걷는데, 파아란 하늘 아래 보이는 성당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역시 같은 건물이라도 날씨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파란-하늘-아래-보이는-산티아고-대성당입니다

 

잠시 버스 정류장에 들러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정류장에는 버스들이 각각 다른 목적지를 향해 출발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서 내가 아직 가고 싶은 곳이 분명히 있는 게 아님을 알고 일단은 산티아고에 좀 더 있기로 하고 숙소를 잡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간 곳은 다시 몬테 도 고소의 숙소였습니다. 그곳이 머물렀던 곳 중에는 비교적 여러모로 편안함을 주는 곳이었기도 했습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휴대폰을 보는데 전에 잡혔던 와이파이가 갑자기 안 되는 것을 알았습니다. 계속 연결을 해보려고 시도를 했지만 작동이 되지 않아 관리인과 숙소에 있던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봤는데 그들도 알지 못했고 이내 당황스럽기 시작했죠.

 

날은 이미 저물어 밤이었고 거기서 와이파이가 되는 쇼핑몰까지는 한참 거리가 있었는데, 한번만 더 연결을 시도해보고 안 되면 그곳에라도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전과 다른 방법으로 시도를 했는데 연결이 탁 되는 것을 보고 순간 뛸 듯이 기뻤고, 성취감마저 들었습니다.

 

먼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음도 편안해 졌습니다. 여유가 생기면서 전에 보았던 동상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산티아고의 야경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조명 빛이 비추고 있는 동상의 손 끝이 가르키고 있는 산티아고의 밤 풍경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게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산티아고의-야경입니다

 

그렇게 감상을 하고 돌아와 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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