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 드골 공항으로 들어가는 입국 절차는 간단했습니다. 줄은 길었지만 여권과 얼굴만 확인하는 정도여서 금방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불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며 질질 끌던 샤먼 공항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샤를 드골 공항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공항답게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터미널만 3곳이 있고, 그 중 2터미널 같은 경우에는 그 안에서도 여러 개의 터미널로 분화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드골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경우에는 탑승하는 곳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드골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자신이 내린 터미널에서 바로 나갈 수도 있고, 다른 터미널로의 이동이 필요하면 터미널 간 이동하는 셔틀트레인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때 이용하는 셔틀트레인은 무료입니다.

 

샤를드골공항-공항셔틀트레인-안내판입니다

 

셔틀트레인을 타고 바로 시내로 가는 전철로 갈아탔습니다. 몽파르나스 역으로 가기 위해서 였는데요.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에 바로 움직이는 일정을 짰고, 파리에서 따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다음 이동지인 바욘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 보통 파리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행기로 접근하기 쉬운 도시이기 때문이죠. 파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기 때문에 순례길을 가기 전에 이곳에서 관광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전 순례길 때는 파리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따로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바로 이동을 했습니다.

 

몽파르나스 역으로 간 이유는 파리에서 순례길 가는 경유지인 바욘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 입니다. 순례길 중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프랑스길의 출발점이 생장이라는 곳인데, 이곳을 가려면 바욘이라는 도시를 거쳐야 합니다. 바욘으로 가는 이동수단이 여럿 있지만 기차로 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빠르고 편하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죠.

 

드골공항에서 몽파르나스 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환승이 한번 필요합니다. 일단 공항철도 RER B 노선을 타고 몽파르나스 역으로 환승할 수 있는 역(Denfert-Rochereau)에서 내립니다. 그곳에서 환승하여 몽파르나스 역 방향의 노선을 타면 됩니다. 이때 소요시간은 1시간 10분 정도이고, 11.45 유로의 비용이 들어갑니다(2023년 10월 기준).

 

샤를드골공항에서-몽파르나스-역으로-갈-수-있는-파리-지하철 RER-B-노선도입니다
공항철도-이용티켓입니다

 

몽파르나스 역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프랑스 전역으로 가는 TGV(떼제베) 기차들이 많기 때문에 현지인뿐만 아니라 여행자들도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항상 붐비는 곳이기도 합니다.

 

몽파르나스역-모습입니다

 

내가 타고 갈 기차 플랫폼을 확인하기 위해 둘러보는데 장소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분명 기차들이 바로 눈앞에 보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역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어떤 숫자를 얘기는 하는데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아 다소 초조해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보니 기차 플랫폼이 미리 정해지는 게 아니라 출발시간 30분 전 쯤에 전광판에 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20분 전에 뜨더라고요.

 

그렇게 확인을 하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기차 타기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역 주변 구경을 했습니다. 참고로, 파리 역이나 시내의 경우 화장실을 가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보통 1유로 정도의 금액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 같은데,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화장실을 돈 내고 이용한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 비용이 매우 아까울 수 있죠.

 

공항에서는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역이나 시내 이동 전에 공항에서 화장실을 미리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기차 시간이 되어 내가 타고 갈 바욘 행 떼제베를 확인하고 탑승을 했습니다. 이전 순례길에서도 같은 곳에서 떼제베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기차의 내부 구조가 좀 달랐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더 넓고 쾌적한 느낌이 있어 매우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기차는 좌석도 좁고 덜 깔끔한 느낌이 들었죠.

 

몽파르나스역에서-바욘으로-가는-떼제베입니다

 

거기에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앉은 자리가 알고 보니 한칸 뒷자리였고 원래 그 자리 탑승객으로 보이는 외국인 아저씨가 다가와서 그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말로 자기 자리라고 말하면 될 것을 내 몸을 밀치듯이 하면서 재촉하듯 말을 하는 모습에 기분이 불쾌해지고 말았죠. 또한 옆자리에는 외국인 여성이 앉아있었는데 기차를 타는 내내 노트북 타이핑 소리를 시끄럽게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떼제베를 예약할 때 급하게 하느라 비용을 보통 가격의 2배 이상 주고 구입을 해서 그게 뼈아프기도 했는데, 그렇게 비싸게 주고 탄 기차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죠.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기차에서는 다른 칸으로 이동이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식당칸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요긴하게 이용하기도 하면서 처음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

 

몽파르나스 역을 출발한 기차는 4시간 여 달려 바욘에 도착을 했습니다. 바욘은 프랑스의 서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아름다운 강이 흐르는 휴양지의 느낌을 주는 도시인데요. 예전에 왔을 때는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하고 바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하루 숙박을 하며 충분히 즐기기로 했습니다.

 

바욘에도 알베르게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지도를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알베르게는 순례자를 위한 숙박시설을 일컫는 말인데요. 순례자 여권을 만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을 할 수 있습니다.

 

순례자 여권을 바욘 대성당에서 발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성당을 찾아갔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발급받는 곳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숙소를 찾아갔는데 그곳에서도 순례자 여권 발급이 가능하여 2유로를 주고 만들고 체크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욘의 알베르게 관리인은 나이가 있어 보이는 외국인 여성이었는데, 그녀로부터 지금은 성당에서 여권 발급을 해주는 기간이 아니라는 것을 듣기도 했습니다.

 

어느 기간 동안 성당에서 순례자 여권을 발급해 주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성당에서 늘 발급을 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바욘에서 순례자 여권을 만들려고 한다면 이곳 알베르게를 통하면 됩니다.

 

바욘-알베르게-모습입니다

 

그렇게 숙소에 자리를 잡고 나니 피곤이 물밀듯이 몰려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에서 파리까지 길었던 환승대기를 포함해 오랜 비행시간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이른 아침에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역으로 이동해 기차를 타고 바욘으로 넘어온 것이었으니까요.

 

사실 순례길 이동루트를 잘 때 이런 강행군은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중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순례길 출발장소에 도착하여 걷는 것을 보통 권장하는데, 저의 경우는 이미 이전에 순례길을 경험하기도 했고 도착 시간 등을 고려하여 이런 일정을 짜게 된 것이었죠.

 

이렇게 하여 파리에 도착해서 시작된 일정은 바욘에서 일단락 됐습니다. 아직 순례길 출발장소까지는 도착도 하지 않았지만요. 다음편에서 그 출발장소가 공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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