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무렵 방에 불이 켜졌습니다. 수녀회 소속 알베르게여서 그런지 이곳도 일정 시간이 되면 불을 켜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체크아웃 한참 전부터 나이든 여성이 침대를 돌아다니며 시트 커버를 벗겨내는 게 보였습니다. 머무는 순례자들이 빨리 나가기를 바라는 듯한 모양새가 보기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일찍 숙소를 나서면서 이날의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밖에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웠습니다. 이제는 이런 건 자동으로 척척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숙소가 시내 중심부 쪽이어서 조금만 나가니 레온 대성당이 눈 앞에 나타났습니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오랜만에 본 성당의 모습은 반가웠습니다.

 

레온-대성당의-모습입니다

 

추위가 느껴져 일단 근처에 있는 바에 들어가 따뜻한 차를 시켰습니다. 미리 와이파이 연결이 되는지를 깜빡하고 묻지 않아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을 들어갔지만 그래도 여유 있게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를 나와 향한 곳은 데카트론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필요한 옷을 사기로 했었고, 살 것들을 미리 봐두려고 했습니다. 도착을 하니 아직 오픈 전이어서 주변에 다양한 종류의 큰 상점들을 둘러보며 구경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장실도 가고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도 사면서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레온의 데카트론은 상당히 규모가 컸습니다. 옷 이외에도 다양한 구경거리가 많았고, 옷 종류도 많이 있어 쭈욱 살펴보다가 살 것들을 정해 놓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날 묵을 숙소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새롭게 묵게 된 숙소는 사설 알베르게였는데, 시설이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이층침대도 1층 베드가 층고가 높아 허리를 쭉 피고 앉아도 머리에 닿지 않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알베르게 침대의 1층에서는 허리를 피고 앉을 수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람이 붐비지 않아 침대를 혼자 쓸 수 있기도 했습니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괜찮았는데, 다만 샤워기가 버튼을 누르는 방식인 것은 조금 아쉬웠죠.

 

짐을 풀고 근처 마트로 향했습니다. 까르푸가 숙소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그곳은 거의 대형 쇼핑몰 수준이었습니다. 둘러보는 데만 시간이 꽤 걸릴 정도였죠. 하지만 내가 사려고 하는 것은 정해져 있었고, 너무 큰 규모의 마트는 찾는데 시간만 오래 걸린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했습니다.

 

먹을 것을 사고 계산을 하러 가니 계산대에 줄이 상당히 길게 서 있었는데요. 구입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던 찰나 그 옆에 셀프계산대가 있는 것을 확인하여 다행히 금방 계산을 마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콩이 들어간 스프 같은 것을 숙소에 와서 데워 먹었는데, 보기와 달리 맛이 좋지는 않아 선택 미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머지 음식들과 함께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나서 옷을 사러 나섰습니다. 그 전에 전에 하려다 못했던 인출을 해야 했기에 주변의 ATM기를 하나씩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 한 곳에서 카드를 넣고 상황을 잠깐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냥 인출하는 것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고 차라리 더 이상 알아보느라 신경쓰지 않아도 되어 잘 됐다고 여기기로 했습니다. 수수료가 붙긴 했지만 그 전에 알아본 데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그나마 괜찮은 거다 위안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인출을 마친 후 데카트론으로 가서 미리 봐두었던 옷들을 확인했습니다. 사이즈별로 입어보면서 바지는 딱 좋은 것을 찾았고, 윗옷의 경우 크기가 애매해서 망설여졌는데 좀 더 둘러보다 더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추위에 대비한 옷들을 그렇게 잘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후 마트에 한번 더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고 저녁 식사도 간단하게 했는데요. 그러고 나서 식사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생겼습니다. 혼자 식사를 하다 보니 마트에서 먹을 것을 사서 간단하게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러다 보니 부실하게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매일은 아니어도 종종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씻고 다음날 일정을 살펴보면서 이날의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이곳은 소등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잠에 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레온에서의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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