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에서 좋았던 것은 여유 있는 체크아웃 시간이었습니다. 이날은 순례길 들어 처음으로 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면도를 하고 나서 깔끔해진 모습에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숙소에 머물며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다가 환전을 하고 오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 환전했던 돈을 거의 다 썼을 때였고, 대도시에 ATM으로 인출할 수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부르고스에서 돈을 인출하기로 했습니다. 해외에서 ATM으로 인출할 때는 현지 수수료가 붙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수수료가 없는 은행을 알아보았고, 그에 해당하는 은행 ATM기를 찾아 갔습니다. 하지만 듣던 거와 다르게 수수료가 붙어서 나오는 걸로 표시가 되어 일단 철수를 하고, 다른 곳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수수료 없는 ATM 찾기가 한참이나 지속이 되었지만 아예 작동이 안되거나 영어 지원이 안 되는 곳도 있었고, 대부분 수수료가 붙는 것을 보면서 일단 찾는 것을 멈추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원래 이날 데카트론에 가서 필요한 옷을 사려고 했는데, 그걸 사지 않으면 당장 돈을 인출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옷 사는 것은 다음 도시에 가서 하기로 했습니다.

 

옷을 사러 갔으면 자칫 숙소 체크아웃에 맞춰 나가는 시간이 빠듯해질 수도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은 건 잘한 일이었고, 일정을 살피며 쉬다가 숙소를 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인출을 할 수 있는 ATM기를 좀 더 살펴보러 다시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휴식이 필요해지면서 외곽에 있는 바에 들렀습니다. 이곳에서 몸도 녹이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시끄럽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야외 자리로 옮기려 했지만 거기는 담배를 푹푹 피워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대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대기할 만한 곳을 찾다가 성당 근처에 있는 정보센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들어가서 잠깐 쉴 수 있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된다고 답을 주었고, 그곳에서 버스타러 가기 전까지 편안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역시 움직이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네요.

 

버스 탈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타고 갈 버스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레온으로 가는 버스는 알사(Alsa)라는 회사의 버스였는데, 상당히 규모가 커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런 규모의 버스는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죠.

 

부르고스에서-레온으로-가는-알사-버스입니다

 

출발 시간이 되어 짐을 싣고 버스에 올라 좌석을 확인했는데, 표에 적힌 좌석이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워 기사에게 물으니 자유롭게 앉으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옆 좌석이 빈 곳을 선택해서 편안하게 앉아 갈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 보니 왜 버스가 그렇게 규모가 큰 지를 알게 되었는데요. 버스 안에 화장실이 하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버스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게 신기했고, 그로 인해 공간도 넓고 승차감도 좋아 버스 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내를 벗어나자 넓은 광야의 풍경이 줄곧 펼쳐졌습니다. 전날까지 걷다가 이렇게 버스를 타고 이동하니 살짝 어색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내 편안하게 창 밖 풍경을 보며 몸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레온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 되어 있었습니다. 정류장을 빠져나와 시내로 향했습니다. 밤 시간에 버스를 타고 새로운 도시에 오게 되니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숙소가 시내 중심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금방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날 숙소는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였는데요. 허름한 느낌도 있었지만 사람이 많지 않고 공간이 넓어 하루 묵고 가기에는 괜찮아 보였습니다. 소등 시간까지는 그래도 여유가 좀 있어 정비를 하고 쉬다가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계속 걸으면서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다가 버스를 타고 밤중에 새로운 곳에 도착하니 느낌이 묘하기도 했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면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레온부터는 외국 도시에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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