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부터 같은 방을 쓰던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덩달아 잠에서 깨어 일어났습니다. 오전 6시가 넘자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알고 보니 예전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처럼 이곳도 음악을 알람삼아 사람들을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방에 불도 켜졌는데, 어차피 일어난 거 오히려 잘됐다 싶었습니다.

 

일찌감치 씻고 짐을 정리하고 나서 체크아웃 전까지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숙소 관리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방을 스윽 둘러보았습니다. 그때는 숙소 상태를 점검하러 왔나 보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올라와 두리번거리더니 아직 숙소에 남아 있는 날 보고 대놓고 나가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아직 체크아웃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도 머물고 있는 사람에게 빨리 나가라고 재촉을 하는 것이었죠. 그에게 아직 체크아웃 시간이 되지 않았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고, 곧 짐을 챙겨 숙소를 나섰습니다. 숙소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이 생기면서 말이죠.

 

 

 

아침 8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라 바깥 날씨는 추웠고,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주변에 문을 연 가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니며 둘러보다가 9시가 됐을 무렵 문을 연 카페테리아에 들어가 따뜻한 차와 함께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와이파이도 연결이 되어 이 곳에서 좀 시간을 보내야겠다 싶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식당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기 시작하면서 면서 계속 머무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나이든 여자 종업원이 두 번이나 내 자리에 와서 그릇을 치워갔습니다. 처음에는 정리를 해주나 싶었지만 두번씩이나 와서 그릇을 가져가 버리니 빨리 나가기를 바라는 무언의 재촉처럼 느껴졌습니다. 식당 자리가 꽉 차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식으로 대하자 기분이 좋지 않았고, 원래 있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곳 식당에 대한 인상도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와 간 곳은 버스 정류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음 목적지로 정한 레온까지 버스를 타고 넘어가기 위해 티켓을 미리 사두기 위함이었죠. 부르고스로 들어오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걷는 여정은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고, 다음 장소까지는 버스를 타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자동 발매기에서 현금으로 결제하는 부분이 잘 되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던 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표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부르고스의-버스-정류장입니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전날 미리 예약을 해둔 숙소에 들어가보니 방은 아담하면서 깔끔해보며 괜찮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례길 들어 두번째로 개인실을 쓰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잘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는 했습니다. 욕실은 공용으로 쓰는 곳이라 다른 사람들과 겹치기 전에 미리 샤워를 하기로 했습니다. 빨래와 함께 샤워를 일찌감치 마치고 나니 큰일 하나 끝낸 듯 마음이 여유로워지기도 했죠.

 

방에서 쉬면서 문득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기차편이 궁금해져서 알아보았는데,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버스보다 저렴한 가격이면서 더 좋은 시간대에 말이죠. 이걸 미리 확인 못하고 버스를 미리 예약한 게 아깝게 느껴졌고, 그래서 그 길로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환불이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환불은 가능한데 수수료를 30프로나 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어서 잠깐 생각을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버스보다 기차를 선호해서 웬만하면 이동수단은 기차를 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환불 수수료가 아까운 것도 있었지만 버스 가격이 기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고, 또 이곳에서 아직 버스를 타고 이동한 적이 없었기에 2시간 이내의 시간 정도는 버스를 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알사 버스가 어떤지 한번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정류장에서 나와 마트에 들러 필요한 것을 구입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통화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방문을 열어보니 근처 방에서 외국인 아줌마가 자기 방에서 크게 통화하는 소리가 머무는 방까지 들린 것이었습니다. 통화 소리가 상당히 시끄럽기도 했지만 호스텔 자체가 좁은 공간에 여러 방들을 만들어놓은 형태라 방음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중에는 다른 방에서 티비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좀 줄여달라고 해서 그건 해결이 됐는데 정작 문제는 위층에서 들리는 층간 소음이었습니다. 들어올 때부터 위층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서 거슬리긴 했는데 이 소리가 늦은 밤 시간까지 계속 울렸던 것입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까지 계속 소리가 울리자 호스트에게 얘기를 하러 갔지만 그는 이미 퇴근한 상태였죠. 결국 되도록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면서 잠을 잘 때는 귀마개를 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부르고스의 하루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잠에 들 무렵 부르고스에서 보낸 하루를 돌아보았습니다. 잘 쉬면서 도시를 즐기려고 이곳에서 하루를 더 머문 것이었는데, 정작 이곳에서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고, 전날 숙소에서 나올 때부터 새로운 숙소에 머물면서 겪은 불쾌한 일들이 상당히 많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두번째로 머문 개인실마저 편하게 쉬기보다 안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앞으로 굳이 개인실을 잡을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은 부르고스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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