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유럽에 서머타임이 해제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일출과 일몰 시간이 모두 1시간씩 당겨졌는데요. 예전에 순례길을 걸을 때도 시간이 갑자기 바뀌어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서머타임의 영향으로 그런 것임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서머타임은 일광 절약 시간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름 시기에 표준시를 본래 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겨서 사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해가 일찍 뜨는 여름철에 태양 에너지를 좀 더 활용하는 차원에서 도입이 되었고, 에너지를 절약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대략 4월부터 10월까지 기간에 서머타임이 적용된다고 보면 됩니다.

 

 

 

8시 전인데도 이전과 다르게 날이 밝아져 하루를 일찍 시작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기분 좋게 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곳부터 이어지는 순례길의 풍경도 인상적이었는데, 다만 마을 간의 간격이 길어서 중간에 길에서 쉬는 횟수가 잦아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길에서는 초반에 휴식주기 타이밍을 잘 맟춰서 출발한 지 1시간 정도 되었을 때 바로 쉬어줬습니다. 그렇게 해주니 이후 걷는데 수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날은 순례길에 있는 대도시 중 하나인 로그로뇨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대도시로 가는 날은 왠지 모르게 들뜨는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요. 자연의 길을 걷는 것이 물론 좋지만 가끔 도시에 들러 편리함의 혜택을 누리는 기쁨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로그로뇨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도시의 형체가 멀리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거기까지 도착하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는데요. 눈으로 도시의 모습이 보이지만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심적으로 지치게 하는 게 있더라고요. 그건 길 중간에 위치한 나름 규모가 있는 마을 비아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을 간의 간격이 길었기 때문에 중간 정도에 위치한 비아나에 도착할 즈음에는 다소 지친 느낌이 있었고, 마을에 도착해서 우선 마트부터 찾고 먹을 것을 사서 체력 보충을 했습니다.

 

비아나-들어가는-입구입니다

 

다시 움직일 힘을 얻고 로그로뇨로 출발을 했습니다.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꽤 남아있어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가는 풍경이 좋아서 그걸 보면서 힘을 냈습니다. 잠깐씩 길에서 쉬어 주기도 하고요.

 

눈에는 일찌감치부터 보였지만 쉽게 닿지 않던 로그로뇨의 전경이 오르막에서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순간 확 드러났고, 생각보다 규모가 크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로그로뇨를 그냥 지나쳐서 그랬는지 이런 풍경을 봤었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다만 몸이 힘든 상태여서 감흥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로그로뇨-전경입니다

 

도시에 진입을 하면서 주변 구경도 하고 기분도 점차 나아졌습니다. 그렇게 도시 중심부로 들어가 성당이 있는 광장에 도착했고, 이곳 정보를 살펴보다가 이전에 추천을 받았던 기부제 숙소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숙소는 나쁘지 않았고, 체크인을 한 후 배낭만 일단 두고 도시 구경을 하러 나갔습니다.

 

도시를 구경하면서 다른 숙소도 살펴보았는데요. 기부제 숙소에서 이전에 안 좋은 인상을 주었던 순례자를 보았는데,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인데 자리도 옆자리여서 같이 숙소를 쓰는 게 불편하게 느껴진 게 있었습니다. 여러 곳을 살펴보다가 공립 알베르게가 낫겠다 싶었고, 돌아와 짐을 빼고 숙소를 옮겼습니다.

 

그렇게 숙소를 잡고 나니 날은 어두워졌고, 비도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오는 밤거리를 걸어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사와 식사를 해결하고 개인 정비를 하고 나니 소등까지는 그래도 여유가 좀 있었습니다. 이곳 숙소는 소등 이후에도 방 밖에서 얘기소리가 계속 들려왔는데, 대도시의 숙소에서는 사람들이 늦게까지 잠에 들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있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소란스러움에 쉽게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나 역시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다가 얘기 소리가 잠잠해졌을 때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숙소를 잘 선택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기도 하면서 파란만장하게 느껴진 이날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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