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옆자리를 쓰던 외국인들이 새벽부터 요란스럽게 짐을 싸면서 잠에서 깼습니다. 보통 새벽 일찍 길을 떠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자고 있으니 방 밖으로 나가서 짐을 싸는 게 보통인데 이들은 그런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습니다. 그 시끄러움에 잠을 계속 자기 힘들어서 밖으로 나갔고, 그들이 나간 다음에 다시 들어와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제법 쌀쌀한 아침 공기를 뚫고 길을 가다가 어제 들렀던 아예기에서 이라체 수도원으로 가는 길이 뭔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방향을 잘 살펴보니 다른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다시 길을 잡고 수도원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예전 순례길에서도 이 부근에서 해프닝이 발생했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일이 생겨서 정신을 바짝 차리기도 했습니다.

 

비록 잠시 길이 헷갈리기는 했지만 길을 돌아오면서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노을처럼 보이기도 한 아름다운 풍경을 이른 아침부터 선물로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예기에서-바라본-멋진-아침-풍경입니다

 

 

수도원 초입에 다다랐을 때 와인 수도꼭지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그곳을 이번에는 물만 떠서 바로 지나갔습니다.

 

걸은 지 1시간 가까이 되었을 때 이라체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때 실수를 한 게 몸이 조금씩 힘들어지는 상태였는데 쉬지 않고 더 가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즈음에는 나의 휴식주기를 파악하고 있던 상태여서 그때 쉬는 게 맞았는데 무리를 한 것이었죠.

 

순례길을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언제쯤 휴식을 취하면 좋겠다는 것이 파악이 되는데, 그 신호를 잘 알아차리면서 걷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무리하지 않고 갈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휴식 타이밍을 놓치고 가는 바람에 힘은 더 들기는 했지만 이 구간의 풍경은 정말 끝내줬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절단해 놓은 듯한 산의 절경에 눈을 떼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감탄하며 걸을 수 있었죠. 정말 보는 맛이 있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순례길을-걸으며-본-멋진-산의-모습입니다

 

그렇게 한동안 멋진 풍경을 맛보다가 그 구간을 지나면서 몸의 힘듦이 느껴졌고, 적당한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을 가졌습니다. 다음 마을까지는 텀이 길었기 때문에 길에서 쉴 수 밖에 없었는데, 길 위여도 나름 잘 쉴 수 있었습니다.

 

순례길을-걸으며-만난-아름다운-풍경입니다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새 이날의 목적지로 생각했던 로스 아르코스에 도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후 2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고, 예상보다 빨리 온 것이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좀 하게 되었죠.

 

일단 숙소를 찾아가 보았는데 예전에 머물렀던 곳임을 알았고, 또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길을 마치기에 이르다는 판단이 들면서 발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좀 더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다음 마을은 산솔이라는 곳이었는데, 그곳까지는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곳도 가는 도중의 풍경이 무척이나 좋아서 중간에 쉬지 않아도 그렇게 힘든 것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가까이에 다다르니 아스팔트 구간이 나왔는데, 이곳에 자동차 무리가 줄 지어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자동차 동호회 행사 같이 보였는데,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길을 지나가는 내게 반갑게 인사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날 길을 더 가기로 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네요.

 

이윽고 산솔 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원래 이 마을에도 머물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다른 곳이었고 그래서 거의 붙어 있는 옆 마을로 가는 게 낫겠다 싶어 그곳으로 가서 숙소를 잡았습니다. 토레스 델 리오라는 이름의 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토레스-델-리오-마을의-모습입니다

 

여기 숙소에서는 지금까지 보았던 것 중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샤워실이 있었서 편하고 기분 좋게 씻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날 밤에 달이 환하게 뜨면서 마을 주변도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산솔 마을은 이 시기에 문을 닫는 숙소도 많았기 때문에 10월 말 즈음 이쪽 길을 걷게 된다면 토레스 델 리오에서 숙소를 잡는 걸 추천합니다.

 

오래 걷느라 몸의 고단함은 있었지만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다양하게 그리고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던 이날의 순례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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