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 피렌체의 숙소를 나와 공항으로 가는 트램을 탔습니다. 이날은 피렌체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들어가는 일정이었습니다. 트램은 어둠을 뚫고 피렌체 공항에 내려다 주었습니다.

 

공항 내부는 아직 6시가 안된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여유가 있기는 했지만 일찌감치 체크인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체크인 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카운터 직원이 배낭 크기를 문제 삼더니 규격 사이즈가 아니다고 하면서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걸로 문제삼는 경우는 이제껏 없었고, 전에 탈 때도 문제가 없었음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직원이 계속 이걸 가지고 얘기를 하길래 배낭의 방수 커버를 벗기고 부피를 줄여서 보여주니 그제서야 통과를 시켰습니다.

 

돈을 더 받아먹으려고 그랬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시비거리도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에 대해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마드리드 때와는 달리 수하물 검사는 느슨하게 진행되어 금방 통과가 되었습니다. 탑승한 비행기는 피렌체를 떠나 파리의 오를리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비행기는 제시간에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드골 공항만큼은 아니어도 오를리 공항도 규모가 상당했고, 셔틀트레인을 통해 터미널 간을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파리-오를리-공항-모습입니다

 

이날의 목적지는 샤를드골 공항이었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드골 공항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숙소를 따로 잡지 않고 공항에서 또 한번 노숙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루 동안의 파리 여행을 위해 우선 시내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오를리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교통편 중에는 트램이 있습니다. 7번 트램이라 불리는 이 전철은 다른 교통편에 비해 가장 비용이 적게 들고, 대신 시내까지 가는 시간은 좀 더 걸리는데요. 타보고 싶기도 했고, 시간적 여유도 있었기에 트램으로 파리 시내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이 트램은 타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창문을 통해 화창한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놀이기구 타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를리 공항에서 파리 시내로 이동할 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 7번 트램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종착역에서 내리니 날씨가 상당히 추웠습니다. 피렌체보다 훨씬 낮은 기온이어서 다른 나라에 왔음을 실감하다가 주변에는 큰 까르푸 매장을 발견했습니다. 그곳에 가서 몸을 녹이고 먹을 것도 잘 보급할 수 있었습니다.

 

트램에서 내린 곳이 파리 시내이긴 했지만 중심부에서는 조금 떨어진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중심부에 위치한 역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역에서 빠져나오니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고 멀리 에펠탑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강 주변의 러너들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가벼운 차림으로 진지하게 달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시내를 왔지만 사실 어디 갈 것을 특정하진 않았는데요. 지도를 보다가 퐁피두 센터라는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몰랐지만 그냥 이끌리듯 그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길을 걷다 멋진 외관의 건물을 마주하게 됐는데 그곳이 바로 퐁피두 센터였습니다. 여기는 복합 문화센터로 기능하는 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파리의 명소 중 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파리-퐁피두-센터-외관입니다

 

이곳은 출입할 때 검사원의 가방 검사 절차도 거쳤습니다. 검사원이 가방을 여기저기 주물러대는 게 못마땅하긴 했으나 보안상 필요한 절차라고 이해하며 통과를 했습니다.

 

퐁피두 센터 내부는 상당히 넓었습니다. 1층에는 안내센터와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2층에는 도서관 시설이 있었는데요. 파리에 와서 도서관을 들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넓은 공간에 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 잠시 쉬었다 가기에 좋았습니다.

 

퐁피두-센터-내부의-도서관-모습입니다

 

퐁피두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센터 가장 위층에는 전망대가 있었는데, 이곳에 올라가니 파리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햇살에 비친 파리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퐁피두-센터-전망대에서-바라본-파리-시내의-모습

 

운 좋게 퐁피두 센터에 들러 멋진 시간을 보내고 이제는 드골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역사의 엄청난 인파를 헤치며 겨우 전철을 탔지만 그 안에도 사람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옥철이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지속된 만원 전철은 어느 환승역에서 대거 사람들이 내리면서 한적해졌고, 그때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이동하여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샤를드골 공항은 국제공항답게 규모가 매우 컸고, 앉을 자리도 많아서 마드리드에서 공항 노숙을 할 때보다는 편하게 머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됐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다 적당한 자리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눈을 좀 붙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잡으며 파리에서의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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