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세번째 시간은 현대인들이 꿈꾸는 가족의 형태인 스위트홈의 실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화폐와 에로스 그리고 죽음충동의 삼중주. 이것이 스위트홈의 실상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는 왜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현대에 와서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가족의 형태는 핵가족입니다. 그런데 핵가족은 자연의 리듬과 현격하게 어긋나는 형태입니다. 


생체주기로 보면 여성은 열네 살부터, 남성은 열여섯 살부터 성인이 됩니다. 그때부터 아이를 나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류는 수천 년간 이 시기에 결혼을 해서 20대에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을 하는 시기가 남녀 모두 30대 이후로 늦춰졌고, 이제는 결혼적령기라는 말이 사실상 무색하게 되었죠. 


그 대가는 가혹합니다. 에로스가 왕성하게 분출되는 10대, 20대에는 성욕을 극도로 억제해야 하고, 30대 이후 결혼을 한 다음에는 불임과 유산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 모든 과정(연애, 결혼, 임신)을 포기한 세대가 등장했고, 급기야 인류는 저출산과 인구절벽이라는 대재앙에 직면하고 말았습니다. 자본을 위해 생체에너지를 교란시킨 대가로 아예 자본의 토대인 인구생산이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인들의 배우자운이 과연 좋을 수 있을까요? 특히 여성들의 경우, 학벌이나 직업에서 성취도가 높을수록 남편운은 완전 꽝입니다. 운이 모조리 식상(욕구와 재능)과 재성(일과 돈)에 쏠린 탓입니다.


또 하나 명리학적으로 봤을 때 부부는 상극이라고 합니다. 두 남녀가 강렬하게 서로를 원한 것은 2세를 생산하기 위해서인데, 아무리 지순한 사랑이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호르몬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 거죠. 오히려 그 다음부터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합니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원리입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동물들은 발정기 때는 서로를 탐하지만 일단 그 시기가 끝나면 각자 자신의 길을 갑니다. 미련도 회한도 없이. 하지만 현대인은 스위트홈의 망상에 빠져 '영원한 사랑', '변치 않은 사랑'을 주문처럼 외워대고 있습니다. 


사랑에도 생로병사가 있는데,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평생 단 한번의 짝짓기도 어려울 뿐더러 설령 결혼에 성공해도 결국에는 신경증환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부부관계뿐 아니라 부자지간도 역시 상극이라고 하는데요. 아들은 아버지의 운을 제약하면서 태어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기가 센 아들을 낳으면 부모의 삶이 고달파지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결국 가족 안에서 엄마-아빠-아이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상극의 삼파전'을 이루게 되는데, 이게 달콤할 수 있을까요?


아울러 여성은 아이를 낳으면 그때부터 신체적 욕망이 수유와 양육 방면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래서 남편과의 관계가 차츰 소원해집니다. 남편과 자식이 라이벌 관계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주도권은 아이에게 있습니다. 엄마의 신체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부부 사이가 좋아질 거라고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산후 우울증을 앓는 엄마도 많고, 아이를 보지 않으려고 밖으로 겉도는 아빠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심리적 변화를 스스로 해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은밀한 비밀이 되어버리죠. 


자책과 원한이 낳은 비밀의 정원, 가족! 그러면 국가와 자본이 온갖 서비스와 제도를 동원하여 그 틈을 봉합하도록 회유합니다.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면서. 하지만 그럴수록 자책과 원망은 더한층 깊어만 갑니다. 불행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위트홈'의 실상입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