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이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책을 읽는 것은 내겐 드문 일인데 왜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것일까? 


우선 교환일기라는 형식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일기는 보통 혼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풀어놓는 글인데 그걸 교환해서 쓴다고? 거기에 일단 관심이 갔다. 그리고 요조. 잘은 모르지만 꽤 유명한 여자 뮤지션으로 알고는 있었다. 그가 교환일기를 썼다고 하니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졌다. 요조의 파트너 임경선이라는 인물은 전혀 몰랐는데, 그래서 오히려 대체 누구길래 요조와 이런 일기를 쓴 건지 또 궁금했다. 


이유를 하나 덧붙인다면 제목도 책을 읽는 데 영향을 줬다. 일기는 내밀한 영역을 다루는 글인데, 여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던 것이다. 또 이를 통해 그녀들을 이해해보고 싶었다. 이리하여 교환일기의 책장을 넘기게 된 것이다.


일기라서 그런지 일단 읽기가 편했다. 일상의 언어로 술술 풀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각자의 성격이라던지 특성이 엿보였다. 그러면서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인물이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 나와 있는 내용만으로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부 파악할 수는 없다. 알게 되었다면 이러한 성향과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구나 정도?


스스로의 이야기 그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통해 본 요조라는 인물은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적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러다 상대가 선을 넘는 경우에는 칼같이 끊어낼 것 같은 단호함도 가지고 있다. 일견 차갑고 도도해보일 것 같은 이미지이나 속은 여리고 따뜻한 품성을 가진 인물이랄까. 


임경선이라는 인물은 작가인데, 이 업계에선 꽤나 알려진 인물인 것 같다. 에세이와 연예소설을 주로 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람은 일단 계산이 정확하다. 특히 돈에 있어서는 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가지고 최대한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을 한다. 그렇다고 돈만 아는 이미지는 아니다. 자기의 능력에 맞게 합당한 대우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고 얼토당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배제를 하는 것뿐이다. 냉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는 측면에선 유능하게 볼 수도 있겠다. 일은 그렇게 정확하게 처리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머리를 쓰려하지 않는다. 일도 사랑에도 최선을 다하는 인물 같아 보였다. 



언뜻 성향이 달라 보이지만 현재를 중시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노력을 기울인다는 측면에서 두 사람은 닮아 있었다.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말하겠다는 입,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듣겠다는 귀. 어른의 우정을 위해 꼭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신체기관인 것 같아요."(요조의 일기 中)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무언가를 판단(비판)하는 사람,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냐고. 그럼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다들 이렇게 대답하더라? 억울하게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요조야, 나도 마찬가지야. 앞으로 무슨 어려움이 있든 간에,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는 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임경선의 일기 中)



그들의 교환일기 내용 중 와 닿았던 부분들이다. 어려움이 있을지언정 잘 듣고 잘 말하려 하고, 판단하기보다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들의 모습은 성숙해보인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도 닮아있었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를 통해 여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생각과 느낌을 엿볼 수 있기도 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개별의 존재로서 가지는 고민의 흔적들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서로의 내밀한 부분까지 가감없이 나눌 수 있는 두 사람이 부럽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나 역시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와 이런 형식의 글을 펴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제목은 '남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로? '남자' 대신 들어갈 수 있는 단어는 관계에 따라 얼마든 다양하게 변주될 수도 있겠다. 그때까지 나도 안녕히 살아내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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