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씨 착한 흥보(흥부)와 못된 심술보이자 욕심쟁이인 놀보(놀부)의 이야기. '흥보가 기가막혀~'라는 노랫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바로 흥보전이다. '낭송 흥보전'은 이러한 흥보와 놀보의 이야기를 읽기 좋은 운율에 맞춰 구성하여 리듬감 있게 읽을 수 있다. 


또한 각운을 맞추어 재미있게 표현한 부분들도 많다. 요즘으로 치면 랩 가사에 어울릴만한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예로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다음은 놀보가 세번째 박타령을 할 때 박타는 일꾼이 놀보의 욕심을 꾸짖으며 메긴 소리 중 일부다.



"근래 풍속 매우 소박, 사람마다 모두 경박.

 남의 말은 대고 타박, 형제간에 몹시 구박.


 흥보가 심은 박은 제비 은혜 갚는 박.

 놀보가 심은 박은 제비 원수 갚는 박.

 양반 나와 바로 결박, 걸인 나와 모두 쪽박."



흥보는 없는 살림에 자식은 무지하게 많이 낳았다. 그것도 아들만 무려 25명(삼순구식하면서도 애를 이렇게 풍풍 잘 낳은 것을 보면 흥보는 타고난 정력왕?!). 돈은 없고 끼니라도 때우려고 매품팔이 등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차에 흥보집에 찾아왔다가 어려운 사정을 본 중의 도움으로 집터를 옮기게 된다. 그곳에 강남에서 온 제비가 찾아든다. 



어느 날 제비둥지를 침입한 구렁이가 제비 새끼를 잡아먹는 것을 흥보가 보고 물리쳐 한 마리만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이 제비도 그만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이를 불쌍히 여긴 흥보가 제비 다리를 묶어줘서 낫게 하고 제비는 이 은혜를 갚기 위해 박씨를 물어다가 흥보에게 건네준다. 이 박을 심어서 나중에 타보니 그 안에서 온갖 금은보화와 살림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나와 흥보는 부자가 된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디테일한 이야기들이 더 있었다. 흥보가 탔던 박들에서 나온 것은 재물만이 아니었다. 당나라 현종 시절 미색으로 온 천하를 녹였던 양귀비도 박통에서 나온 것이었다. 


흥보가 양귀비의 자태에 정신을 못 차리자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흥보를 위했던 흥보 아내도 그만 질투심에 펄펄 뛰고 만다. 이러한 흥보 댁을 잘 달래 흥보는 안채에는 본처 두고, 별당에는 양귀비를 두며 호사를 누리게 된다. 착한 마음씨만 부각되었던 흥보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이 대목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색다른 이야기는 놀보에게도 있었다. 흥보가 부자된 이야기를 듣고 난 놀보는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고쳐준 다음 제비로부터 박씨를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박씨에는 보구풍(報仇風)이 쓰여 있었으니, 원수를 갚는 바람이란 뜻이었다. 놀보 아내가 그것을 보고 불길히 여겨 버리자고 했지만 놀보는 이미 욕심에 눈이 어두워 그 말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박을 심는다. 


심었던 박은 어마무시한 속도로 자라나더니 주변 집들에까지 침투하여 변상까지 하게 만든다. 이러한 전조들에도 불구하고 놀보는 재물과 미인을 얻을 욕심으로 박을 타보지만 거기서 나온 것들은 놀보의 재산을 몽땅 말아먹는다. 그럼에도 욕심을 부려 다섯번째 박까지 타보다 당할 만큼 당하고 나서 마지막 박은 타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번엔 박통이 저절로 벌어지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 중 한 명이 볼만하다. 



신장은 팔 척이요, 얼굴은 먹빛 같고, 표범 머리 고래 눈과, 제비 턱 범의 수염, 형세는 달리는 말. 황금 투구, 사슬 갑옷, 심오마를 높이 타고, 장팔사모 비껴들어 벼락같은 목소리로 "이놈 놀보야."를 외친 장수, 그는 장비였다. 삼국지에서 용맹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장비가 마지막 박통에서 나온 것이다. 


겁을 먹고 기절할 듯 하는 놀보에게 장비는 자신이 도원결의한 이야기를 꺼내며 흥보에게 못되게 군 것을 질책한다. 그리고 나서 당장에라도 놀보를 찌를 듯한 기세를 보이는데, 이때 흥보가 찾아와 놀보를 살려달라고 간곡히 빌자 장비가 그 마음에 감동하여 놀보 목숨을 살려준다. 


이미 가산를 완전히 탕진한 놀보에게 흥부가 자신의 재산을 반을 나눠주니 이에 놀보도 감화하면서 이야기는 아름답게 끝이 난다. 삼국지의 장수인 장비가 박통에서 나왔다는 것은 원본을 통해서 접할 수 있던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흥보전. 그 속의 흥보와 놀보도 전형적인 캐릭터로 등장을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고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내어 읽게 되면 그 의미와 맥락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낭송을 통해 흥보전의 매력 속으로 한번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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