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히는 공유자전거.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의 경우는 명실상부 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없어서 못탈 정도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춘천은? 춘천도 공유자전거가 있다! 전기자전거 ZET가 바로 그것. 지난 12월 20일, 한달여의 시범운영이 종료가 된 ZET는 그간 자전거를 이용했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내년에 다시 재개될 예정이다.


한달이 좀 넘는 기간 ZET가 운영되면서 나만큼 ZET를 많이 그리고 잘 활용한 사람이 또 있을까? 운이 좋게도 춘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간이 시범운영 기간과 거의 겹쳤기 때문에 시내 간의 이동을 하는 데 ZET는 내게 즐거움과 편리함을 동시에 선사해 줬다. 물론 추운 겨울이라 찬 바람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서울에 있을 때는 따릉이를 그렇게 잘 이용하더니 춘천에서는 또 ZET를 그렇게 타고 다녔구나... 머물고 있는 숙소 근처에 바로 ZET를 빌릴 수 있는 정거장이 있어 이용하기에 편리한 측면도 있었다.



프로젝트로 역사 투어를 기획하게 되면서 ZET를 타고 춘천 시내의 곳곳을 살펴보려고 했다. 그래서 ZET를 타고 예정된 장소를 답사하기도 했다. 걸어다녔다면 멀기도 하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ZET 덕분에 그런 부담을 확 줄일 수 있었다. ZET를 타고 춘천 시내를 그야말로 누비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ZET가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일단 이용하려면 앱을 깔아야 하고 또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설정하는 것도 꽤나 있다. 이용해보기 전에는 그런 과정이 귀찮기도 해서 탈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자전거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그 과정을 거치게 된 측면이 있는데 그렇게 타게 된 ZET는 일종의 신세계였다. 


처음 작동할 때는 내가 힘을 준 만큼 자전거가 속력이 나지 않아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차라리 수동자전거를 타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다가 조금씩 속력을 조절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탈만해 졌다. 결정적으로 ZET의 진가를 느낀 것은 오르막을 오를 때! 수동자전거였다면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낑낑거리며 오를 언덕을 큰 힘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올라가는 것을 보고 살짝 반했다고 할까. 그때부터 ZET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아주 가까운 거리를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ZET를 끼고 나섰다. 먼 거리도, 힘든 언덕도 ZET와 함께 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ZET가 다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시범운영기간이라 춘천 시내의 일정 구간으로 이동범위가 한정되어 있었고, 이용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제한되어 있었다. 한번은 볼일을 보고 ZET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인식을 해봐도 열리지 않기에 먼 거리를 추위에 떨며 걸어간 적이 있었다. 나중에야 이용시간이 지나서 그랬던 것을 알았다. 그 후로는 시간을 잘 체크하면서 타게 되었다.


그럼에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았다. 가장 큰 장점은 시범운영기간이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점. 또한 이동범위 내에서는 어디서든 반납과 대여가 가능해서 자유롭게 탈 수가 있었다. 따릉이의 경우, 정해진 거치대에서만 대여와 반납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ZET의 활용도가 더 높았다. 이용 시간 내에는 시간에 관계 없이 탈 수 있었기에 장시간 동안 부담 없이 탈 수 있었던 점도 나처럼 투어를 기획하는 사람에겐 큰 매력이었다. 



한겨울로 접어들면서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사실 자전거를 타고 오래 돌아다니기에는 쉽지 않은 때가 됐다. 그래서인지 시범운영기간이 종료되어서 더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별 아쉬움은 없었다. 그동안 탈 만큼 타기도 했고 나의 상황이 달라지기도 했고.


그래도 ZET 덕분에 걸어서는 쉽게 가보지 못할 춘천의 곳곳을 다닐 수 있었고, 덕분에 춘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ZET는 내게 소중한 동반자였다. 언제 또 이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ZET 운행이 재개된다면 그때는 춘천 시내를 넘어 좀 더 넓은 곳으로 이동범위가 확대되기를 바란다. 춘천의 더 많은 지역에 나와 ZET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


<ZET를 이용해 방문했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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