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그 다섯 번째 기록은 "김정은은 과연 일인자일까 : 북한을 지배하는 진짜 권력" 입니다.



김정은은 과연 일인자일까 : 북한을 지배하는 진짜 권력



북한의 최고권력자 김정은. 30대 초반의 젋은 나이에 아버지 김정일의 자리를 이어받아 한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가 한 나라의 지도자로 등장했을 때만 해도 잘 노출이 되지 않아 베일에 싸여진 느낌을 받았는데, 최근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언론에 자주 얼굴과 목소리가 비춰지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친숙해진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현재 북한의 지도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나라를 통치하고 있는 걸까요?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조치나 대외 관계에서 다른 나라 정상들과 대등하게 외교를 하는 모습을 볼 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비춰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김정은의 모습이 가짜일 수도 있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조금 지난 일이기는 합니다만 예전에 뉴스상에 나왔던 김정은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흉악하고 잔인하게 보였습니다. 그는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지 불과 몇 년 사이에 수백 명의 고위급 간부들을 총살시키고 공포정치를 휘두르며 핵무기 개발에 주력했습니다.


당시 뉴스에서 이인자 황병서가 김정은 앞에 꿇어앉거나 쪼그리고 뭔가를 보고하는 영상이 공개되었고, 그에 앞서 인민군총참모장 현영철이 고사포 세례를 받아 처형당한 이유가 회의에서 졸았기 때문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그 잔인함과 포악함에 전율마저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도와 정보들은 과연 정확했던 것이었을까요? 작가는 좀 더 기민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지금의 북한과 김정은을 들여다보면 그의 존재는 실제가 아니라 포장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돼 후계자를 정해야 했을 무렵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김정은이 아니라 그의 두형 김정남과 김정철이었습니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은 처음에 장남인 김정남을, 조직지도부의 수장 이제강은 김정철을 김정일의 후임으로 밀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김정남에 대해서 나쁜 정보들이 많이 들어와 장성택은 고심 끝에 그때까지 후계 대상에도 들지 못했던 김정은으로 말을 갈아타게 되었던 것입니다.


자식들을 잘 아는 김정일은 결국 장성택의 말을 들어 유약하고 어수룩한 성격의 김정철 대신 김정은을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합니다. 장성택은 다음 지도자의 일등공신이 된 셈이었고, 그 직후 김정철을 밀었던 이제강은 공교롭게도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김정일은 죽기 전 장성택의 서열을 최대한 올리고 권력을 몰아주었는데, 이는 어린 김정은을 잘 보살피라는 유지였고 장성택은 김정일 사후 김정은의 승계를 잘 관장하여 이인자로서의 자리를 확고부동하게 굳히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당시 군부의 일인자였던 이영호 대장을 숙청하기에 이릅니다. 그것은 선군정치 등의 구호로 군부를 최우선으로 대우하던 김정일의 노선과도 크게 다른 것이어서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장성택은 북한의 가장 큰 두 권력, 즉 조직지도부의 수장 이제강과 군부의 일인자 이영호를 차례로 쳐냄으로써 김정은과 자신의 권력을 그 어느 때보다 공고히 하였습니다. 하지만 권력이란 생물과 같아서 누구도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법입니다.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몰두하고 있던 어느 날, 인민군총정치국장 최룡해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황병서,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이 방문합니다. 이들은 장성택의 비리가 엄청나니 그의 심복들을 연행해 조사하고 장성택은 가택연금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와 함께 북한 권부의 인사 대부분이 서명한 연판장을 내놓습니다. 


이 연판장의 의미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장성택의 제거 작업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고, 이 작업에는 정성택 이외의 거의 모든 사람이 가담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말이야 건의이고 요청이었지만 사실 이건 쿠데타였습니다. 연판장을 들고 찾아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만약 김정은이 거부할 경우, 그냥 고개를 숙이고 나올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상대는 천하의 장성택과 현재의 최고 권력 김정은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다면 다음은 바로 자신들의 죽음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김정일 사후로 믿을 사람은 장성택 하나밖에 없다고 여겼던 김정은에게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충격이었텐데, 이 때 그는 겁을 집어먹고 굴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날 이후 장성택은 죽는 그날까지 단 한번도 김정은은 물론 그의 아내 김경희조차 대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성택은 참혹한 고문을 받는 내내 김정은을 만나게 해달라고 절규했지만 그의 요청은 철저히 차단되었고 전격적으로 처형에 처해지게 되었습니다. 처형은 기관총 소사로 집행되었고 시체는 화염방사기에 의해 불태워졌습니다. 처형에 사용된 무기들이 곧 군에서 쓰이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군부의 복수라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자신의 뜻과 달리 장성택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었던 허약한 김정은과 현재의 막강해보이는 김정은 사이의 괴리에서 둘 중 하나는 진짜가 아닐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장성택을 죽음으로 몰아가던 그때 역시 김정은의 힘은 막강했고, 따라서 그 자신의 뜻에 따라 장성택을 처형했다고 가정해본다면 설명할 수 없는 세 가지 모순이 발생합니다.


하나는 아버지가 심어준 자신의 핏줄이자 대부인 사람을 단지 남들의 보고 하나로 한 번 만나주지도 않은 채 극형에 처했겠냐는 점입니다. 김정은이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면 일단은 장성택을 불러 친문이라도 한 후 죽이든 살리든 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의 증발입니다. 역시 막강한 권력을 김정은이 가졌다면 혈족인 그녀가 그렇게 몰락하도록 내벼려두었겠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김경희를 봐서라도 장성택을 그렇게 참혹하게 처리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마지막은 장성택 처형 일주일쯤 후 김정일 추모대회에 나타난 김정은의 모습입니다. 초점 잃은 눈과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는 김정은의 모습은 이인자를 처단하고 권력을 공고히 한 승리자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막강해보이는 김정은의 모습은 가짜라는 설명이 가능해지는데, 이는 장성택을 제거한 쿠데타 세력과 김정은의 위험한 동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연판장이 만들어질 때부터 그려졌던 그림으로, 쿠데타 세력은 장성택을 제거하고 김정은을 계속 일인자로 둔 채로 북한을 통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이 저항하며 장성택과 운명을 같이하는 길을 택하지 않는 한 그를 굳이 없앨 필요도 없었거니와, 김씨 왕조의 특성상 오히려 그를 내세우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결합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그리 포악하지도, 막강하지도 않은데 인민군총참모장 현영철 등 군부 인사를 처형한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최근 북한에서 군부가 현저히 몰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사망 당시 김정은과 같이 맨 앞에서 운구했던 군부 일인자 이영호는 장성택에게 숙청당했고, 이인자 최룡해는 군부 최상위의 총정치국장 자리를 조직지도부 출신 황병서에게 빼앗기고 최근에 와서는 지방응로 혁명교육을 받으러 가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군부의 삼인자로 꼽히던 현영철은 극형에 처해졌고요.


김정은은 왜 아버지의 선군사상을 완전히 짓밟아버리고 군부를 이토록 핍박하는 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속을 내밀히 관찰해보면 군부를 짓밟는 주체는 김정은이 아니라 조직지도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막 후계자가 되었을 당시 북한의 권력은 삼등분되어 있었습니다. 장성택의 행정부와 이영호·최룡해의 군부, 그리고 용담호혈의 조직지도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행정부와 군부는 초토화된 반면 조직지도부 출신들은 하나같이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장성택에 의한 수장 이제강의 살해와 수장 이영호의 숙청이라는 위기 앞에서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던 조직지도부와 군부였지만 다시 연이어 일어난 그들 사이의 권력투쟁은 조직지도부의 완승으로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 조직지도부가 김정은을 전면에 내세운 채 뒤에서 지금의 북한을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조직지도부의 총책인 황병서가 어린 김정은에게 꿇어앉거나 쪼그린 채로 보고하고 있는 모양새는 김정은의 권위를 한껏 올려 보이려는 연출된 행위일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철의 장막 같은 북한의 투영도는 누구도 확실히 그릴 수 없지만, 언뜻언뜻 드러난 사실의 조합을 통해 작가는 김정은과 북한의 실체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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