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복종」은 「월든」으로 유명한 소로우가 쓴 또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여러 주제를 쓴 글을 모은 수필 형식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맨 처음 나오는 챕터인 '시민의 불복종'은 미국이 흑인 노예제도를 유지하면서 멕시코 전쟁을 일으켰을 때를 배경으로 한 시대에 미국 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밝히고 있는 글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소로우는 정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람들이 기껏 한다는 건 선거 때 값싼 표를 하나 던져주는 것 뿐이다. 덕을 찬양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진짜 덕인은 드물다고 그는 말한다. 

 

소로우는 투표를 일종의 도박이라고 표현하며, 약간의 도덕적 색채를 띠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옳고 생각하는 쪽에 표를 던지긴 하지만 옳은 쪽이 승리를 해야 한다며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문제를 단지 다수에게 맡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책임은 편의의 책임 정도를 결코 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투표에 대한 그의 의견은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투표가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이자 의사표시라는 인식은 커지긴 했지만 투표를 하고 나서 시민들이 그 이상의 어떤 관심과 행동을 하는 게 있을까? 자신의 행사한 표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당선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고 당선됐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 자신의 의사를 다시 관철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에 너무 충실하게 자신의 뜻을 맡겨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소로우는 말한다. 당신의 온몸을 던져 투표하라고. 한 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지라고. 다수에게 다소곳이 순응하고 있을 때 소수는 무력하지만 소수가 전력을 다해 막을 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고.

 

소로우는 당시에 인두세를 내는 것을 반대해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대납해서 하루 만에 풀려나기는 했지만 그 경험으로 국가와 시민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소로우의 이러한 행동이 어떤 이들에게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소로우가 오늘날까지 큰 영향력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사상과 행동은 분명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고 본다.

 

시민의 불복종 외에 다른 챕터에서는 일상에서 그가 겪고 느낀 것들에 대한 글이 담겨져 있다. 특히, '가을의 빛깔들'에서는 남들은 쓸모없다고 여기며 눈여겨보지 않는 낙엽에 대해 예찬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로우의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 그리고 섬세한 관찰력과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자연주의자이자 생태주의자로서 소로우는 간디나 톨스토이 같은 인물들에게도 영향을 끼쳤고, 오늘날에도 생태주의 분야에서 그의 얘기는 여전히 울림을 주고 있다. 특히나 기후변화로 점점 많은 자연재해를 겪고 있는 오늘날에 소로우의 이야기는 인류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의미 있는 지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