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돌담소담
순례길에 있는 사립 알베르게는 공립과는 달리 출발시간이 여유가 있는 편입니다. 숙소마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른데,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머문 곳은 보통 8시가 체크아웃인 공립보다는 30분의 여유시간이 있었습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좀 더 마음이 편안했던 것인지 아침에 눈을 떠보니 8시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후다닥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발에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이전에 잡혔던 물집이 커져서 움직이기만 해도 통증이 유발되었고, 잠깐 쉬었다가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근처 교회에 들러 잠시 휴식과 정비를 했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잠시나마 편안하게 머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약간의 기부금을 넣고 나서 이날의 순례길을 나섰습니다. 순례길에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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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시끌복잡한 숙소에서 빨리 빠져나와 후련한 기분으로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도시를 벗어나는 데만 한참 시간이 걸리면서 역시 팜플로나는 큰 도시였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숙소에서 제대로 쉬지 못해 좋지 못한 컨디션도 길을 걸으면서 점점 회복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팜플로나를 비롯해 프랑스 코스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몇몇 대도시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도시들은 규모가 워낙 크기에 들어가는 데도 또 나가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됩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한동안 이어지던 도시의 풍경은 어느 순간 자연의 모습으로 뒤바뀌고 있었습니다. 다시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건 좋았는데 전에 잡혔던 물집이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발걸음을 빨리 해보니 오히려 물집을 신경쓰..
팜플로나의 공립 알베르게는 공간도 넓고 시설도 괜찮았으나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안 좋은 게 있어 뒷맛이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직 체크아웃 전이었는데 미리부터 청소하는 사람이 왔다갔다하며 정리를 해서 더 머무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공간에 대한 인상은 시설이 어떤가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배낭을 맡기기보다 그냥 들고 다니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바로 숙소를 나와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8시가 막 넘은 시간이라 날은 쌀쌀했고 주위에 문을 연 카페나 바도 아직 없어 광장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카페 이루냐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루냐는 팜플로나에서 유명한 카페인데요. 헤밍웨이의 소설에도 ..
흔들거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날도 추워서 걷기에 괜찮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출발할 무렵에는 비가 멈추었습니다. 생장 때도 그랬는데, 이렇게 이 길을 걷는데 날씨가 돕는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아직은 어둑한 느낌이 있는 때에 출발을 하면서 나가는 길이 헷갈렸고, 순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보여 지금 가는 길이 맞냐고 물었더니 확신이 없는 말투로 혼란스럽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녀가 길을 가는 방향으로 별 생각없이 따라가다가 도로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알게 되었죠. 순간 길을 잘못 들었음을 직감하고 그 사람에게도 큰 소리로 알려준 뒤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가다보니 순례길로 향하는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 안심..
아침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론세스바예스의 숙소에 불이 켜지며 노래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알람이 이곳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얼른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라는 얘기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리길래 이른 아침부터 청소를 하나 했는데 누군가가 수도를 사용하는 소리 같아 보였습니다. 이곳은 물을 트는 방식이 수도를 누르는 것이었는데, 물이 계속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수도를 계속 누르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그 사람이 유난히 크게 소리를 내서 없던 잠도 쫓아버릴 기세였습니다. 숙소 화장실 소리가 외부에도 잘 들리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씻고 잠시 밖에 나가 산책을 ..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알베르게라는 순례자 숙소가 있다는 것을 이전에 언급을 했었는데요. 저렴한 비용으로 묵을 수 있는 만큼 대부분의 숙소가 다수의 이층 침대가 놓여진 도미토리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침대는 오래된 경우가 흔해서 조금만 힘을 줘도 흔들리는 곳도 많습니다. 이층 침대를 혼자 쓰는 경우도 생기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보통 같이 쓰게 됩니다. 생장은 프랑스길 코스의 출발점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숙소에 오게 되고, 이번에 묵게 된 곳에서도 다른 사람과 한 침대를 쓰게 되었죠. 이때 어떤 침대 메이트를 만나는 지가 잠자리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생장에서 함께 침대를 쓰게 된 사람이 밤새 계속 뒤척이는 바람에 그 울림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어 잠을 자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
중간에 깨서 그랬는지 예상보다 늦게 일어나 바욘에서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조식을 챙겨 먹고 배낭은 잠시 숙소에 맡겨 놓은 후 도시를 둘러보러 나갔습니다. 잠시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지도 못한 채... 바욘은 큰 강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강 주변으로 건물들이 늘어서 있으면서 경치가 완성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날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날이 흐렸지만 그럼에도 이 도시가 주는 풍경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전날 잠깐 보았던 바욘 대성당도 다시 둘러보았습니다. 건물 외관의 위용도 멋이 있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성당 창문에 수놓아져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도 꽤나 아름다웠습니다. 본격적으로 도시 구경을 하기 전에 바욘역으로 가서..
샤를 드골 공항으로 들어가는 입국 절차는 간단했습니다. 줄은 길었지만 여권과 얼굴만 확인하는 정도여서 금방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불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며 질질 끌던 샤먼 공항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샤를 드골 공항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공항답게 규모가 상당히 큽니다. 터미널만 3곳이 있고, 그 중 2터미널 같은 경우에는 그 안에서도 여러 개의 터미널로 분화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드골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경우에는 탑승하는 곳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드골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자신이 내린 터미널에서 바로 나갈 수도 있고, 다른 터미널로의 이동이 필요하면 터미널 간 이동하는 셔틀트레인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때 이용하는 셔틀트레인은 무료입니다. 셔틀트레인을 타고 바로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