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돌담소담
일찌감치 새벽에 일어나 피스테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간밤에 밑에 자던 아줌마가 코를 심하게 골아대서 다른 방으로 옮겨 잠을 잤다. 덕분에 나갈 준비할 때는 소리나는 것에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나가기 전 일출을 보려고 테라스로 올라갔는데, 해가 막 뜨려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금방 떠오를 것 같지는 않아 걸어가면서 보기로 했다. 숙소를 나와 바닷가를 옆에 두고 걷기 시작했다. 묵시아와 피스테라 구간이 사실상 배낭을 매고 긴 길을 걷는 마지막이기도 했고 그 사이를 걸으면서 어떤 풍경들을 보게 될지 기대가 됐다. 가면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일출은 가는 쪽이 해가 뜨는 방향으로 트여 있지 않고 높은 언덕이 가리고 있어서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일출도 피스테라에서 보는 걸로 그 아쉬움을 채우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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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밤까지 산티아고 이후 일정을 정하지 못하다가 새벽에서야 묵시아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급하게 결정한 것에 비해 묵시아행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이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촉박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 순례길에서 몇번 마주쳤던 한국인 아줌마였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역시 여기는 가는 곳이 다들 비슷해서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 같다. 그녀는 곧 한국으로 가기 때문에 하루동안 묵시아와 피스테라를 다 보고 산티아고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게 버스에 올라탔고,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걷지 않고 목적지로 이동하게 됐다. 편하게 앉아 느긋하게 산티아고 시내를 구경하며 빠져나갔는데 걸을 때와는 또다른 시점으로 구경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