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산티아고순례길 돌담소담
곤사르에서 출발할 때 전날처럼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퍼트가 올라가고, 자연스럽게 자기 속도로 걷게 된다. 아침에 오랜만에 안개가 끼지 않아 시야확보가 됐지만 날이 흐렸고,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초반에 오르막들이 있었는데 올라가면서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나중엔 우의를 입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안개도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전형적인 갈라시아 날씨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비도 맞을만 하다가 계속 내려서 어느 마을에 잠깐 들러 우의를 챙겨 입었다. 그렇게 다시 출발을 해서 리곤데라는 곳을 지나고, 그 다음 마을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거기서 들어간 식당 이름은 리곤데. 마을 이름이랑은 달랐지만 리곤데가 근처에 있어서 그렇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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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일차 순례길. 이제는 산티아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실감나는 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산티아고를 앞두고 100킬로 거리가 깨지는 날이었다. 사실 그런 것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표지석을 앞두고 보여준 내 모습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사리아에서 받은 인상이 썩 좋은 편은 아니어서 떠나는 마음이 편했다. 전날 신경쓰이던 것들도 길을 걸으면서 점점 털어버리게 됐다. 잠을 잘 못 잔 탓인지 졸면서 계속 걸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산티아고까지 남은 일정을 얼마나 잡을지 생각해 봤다. 아마 4일이나 5일 정도? 처음엔 여유있게 5일 일정을 생각했는데 일단 오늘 걸으면서 정해보기로 했다. 자욱한 안개 속 아침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리아를 빠져나갈 때도 안개가 많이 끼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