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평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일찌감치 일어나 할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전 8시. 머물고 있는 숙소가 11시까지 체크아웃을 하면 되서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는 어디를 가야하는 게 아니라서 천천히 여유를 즐기다 근처 마트에 가서 아침을 사와 숙소에서 먹고 나왔다.

 

산티아고-알베르게
산티아고 알베르게

 

먼저 가본 곳은 대성당. 어제와 달리 맑고 쾌청한 날씨 속에 대성당을 보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이른 시간이라 대성당 주위는 한가했다. 그 한가로움을 즐기며 주변을 잠시 서성거렸다. 공사 중인 대성당의 모습이 조금은 아쉬움을 줬지만 파아란 하늘 아래 보이는 웅장한 자태에 감탄을 숨길 수는 없었다. 사진이 곧 예술이 되는 마법!

 

산티아고-대성당
산티아고 대성당

 

자유로이 돌아다니기에 배낭이 짐이 될 것 같아 머무르던 숙소에 맡길 수 있는지 물었더니 다행히 보관이 가능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대성당에서 진행하는 미사에 참여했다. 성당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다들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이날 미사에는 설교에 앞서 이벤트가 있었다. 커다란 향로를 사제들이 힘을 모아 주위를 맴돌게 했고, 그러면서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향이 성당 내부를 꽉 채웠다. 향로 퍼포먼스는 매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을 타이밍이 맞아 보게 된 것!

 

 

이어진 설교시간에는 음성은 들렸으나 무슨 소리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계속 꾸벅꾸벅 졸다가 옆에 있던 외국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내 모습이 재밌었는지 실실 웃더라. 

 

그렇게 1시간 여의 미사가 끝나고 성당 내부를 돌아보는 시간이 왔다. 내부는 꽤나 컸고 십자가 형태의 통로가 길게 이어져 하나하나 살펴보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성 야고보의 전신상. 가장 길게 줄이 서 있던 이곳에서 사람들은 성 야고보 전신상 뒤로 가서 포옹하고 입맞춤을 했다.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난 포옹을 하며 순례길을 무사히 걸어온 것에 대해 감사를 드렸다.

 

 

내부구경까지 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배낭을 다시 찾아온 다음 중간에 만났던 한국인 일행이 머문다는 숙소에 가서 등록을 하고 짐을 풀었다. 

 

이제 날은 한낮에도 꽤나 쌀쌀해져 있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도 추운 날씨를 겪을 때 점퍼를 하나 마련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산티아고에서 사자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자리 잡은 숙소 근처에 마침 큰 쇼핑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점퍼를 보러 갔다. 

 

쇼핑몰은 생각보다 컸고 아는 브랜드들도 곳곳에 보였다. 처음 본 매장에서 봤던 점퍼 중 마음에 드는 게 있었다. 그래도 바로 사기보다 좀 더 둘러보려고 살펴봤지만 결국은 처음에 본 점퍼를 고르게 됐다. 옷을 사면서 택스프리를 하려 했는데 그렇게 하면 30유로를 더 내야 한다 했고, 그게 더 비용이 들 것 같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구입한 점퍼를 걸치고 나오니 거리는 어느덧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근처 상점에서 저녁거리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로비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한쪽에서 식사를 마치고 씻으러 갔다. 간만에 양말을 제외하고 빨래를 하지 않으니 몸이 꽤나 편했다.

 

낼 일정을 위한 정보를 알아보려는 데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인터넷이 느려터져 제대로 살펴보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낼 일찍 일어나 살펴보기로 하고 잠을 청했다. 

 

산티아고에서의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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